“옛날 옛적에”도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

곽민수
곽민수 인증된 계정 · 모든 길은 이집트로 통합니다.
2023/10/01
자, 지금부터 제가 옛날 이야기를 하나 들려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길지도 않으니 한번 쭉 읽어봐주셨으면 합니다. 분명히 꽤 흥미로우실 겁니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대략 <왕자의 운명>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옛날 옛적에 한 왕이 살고 있었다. 왕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왕은 아들을 갖게 해달라고 신들에게 기도를 드렸다. 왕의 간절한 간청을 들은 신들은 그가 아들을 반드시 갖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어느날 왕이 아내와 동침을 하자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신들의 예언대로 임신을 한 왕비는 산달을 다 채운 끝에 왕자를 낳았다. 그때에 하토르 여신이 나타나 왕자의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악어 혹은 뱀, 그것도 아니라면 개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갓태어난 왕자를 돌보던 이들은 이 사실을 즉시 왕에게 고했다. 왕은 매우 슬퍼하며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사막 한 가운데 돌로 궁전을 짓고, 충분한 숫자의 하인들과 필요한 모든 것들을 풍부하게 배치하도록 하라. 그리고 왕자를 그곳에서 자라게끔 한 뒤, 결코 궁전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게 하라."
왕자 시절의 람세스 2세. 아비도스 세티 1세 신전. (사진 출처: 곽민수)

왕자는 무럭무럭 자라 소년이 되었다. 어느날 왕자는 궁전 옥상에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저 멀리 길을 걷고 있는 한 남자를 사냥개가 졸졸 따라가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왕자는 옆에 서 있던 하인에게 물었다.
 
"저 남자를 뒤 따라가고 있는 저것은 무엇이지?"
 
하인이 대답했다.
 
"그것은 사냥개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왕자는 이렇게 말했다.
 
"비슷한 것을 내게도 한 마리 가져다주면 좋을텐데."
 
하인은 이 내용을 즉시 왕에게 보고했고, 왕은 하인에게 이렇게 명했다.
 
"왕자가 슬픔에 빠지지 않게 자그마한 강아지를 한 마리 가져다 주도록 하라."
 
그렇게 왕자는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게 되었다.
 
...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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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고학자입니다. 역사변동과 의례경관, 그리고 행위수행자들의 경험과 성찰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더 소중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 가치판단이야 말로 현대인류문명의 최대 업적이라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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