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인들의 무덤 위 무대 예술의 정전 : 뮤지컬 《렌트》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3/12/11
오프 브로드웨이 시절 뮤지컬 <렌트> 초연 포스터, 1996.
뮤지컬 <렌트>에서 드랙퀸 엔젤과 러버 콜린은 첫 만남 때 HIV 감염인임을 서로에게 밝히고, 이성애자 백인 남성 로저와 히스패닉 여성 미미는 1막이 끝나기 직전에서야 HIV 감염 사실을 서로에게 고백한다. 같은 감염 사실의 고백이 어째서 그렇게 시차가 날 수 있는지, 청소년 때 데뷔한 친구와 30대 후반에 은둔 풀고 커뮤니티에 나온 사람과, 거기서 끝끝내 자신의 HIV 감염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공존하는 퀴어판에 몸담은 이라면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이다. 한 사람의 커밍아웃의 여부는 언제나 개인의 탓이기 이전에 그를 둘러싼 구조의 책임이다. 

스트립걸 미미는 극중 단 한번도 자기 진짜 이름이 무언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자길 '미미'라 부른다고만 언급할 뿐이고, 따라서 뮤지컬을 보는 내내 미미의 본명은 여느 성매매여성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는다. 히스패닉 이민자의 상처를 잊고자 자의인지 타의인지 밤마다 거리로 내몰려 몸을 팔던 중 미미는 우연히 로저를 만나고, 미미는 같은 감염인인 로저에게 제발 여기 오늘의 소중함을 깨달으라고 타이른다. 생각 많은 로저는 먼저 세상을 떠난 전 여자친구에 대한 자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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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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