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프렌드쉽”

주제모름 · 리뷰는 멋대로 덕질은 정성스럽게
2024/04/18


<브라이즈헤드 리비지티드(Brideshead Revisited)>(2008, 감독: 줄리언 재롤드)
 
* 위 작품의 장면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2022년 4월에 완성한 글입니다.


<더 랍스터>(2015), ‘근시 남자’는 짝을 찾기 위한 호텔에 입소하며 ‘성적 선호’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남자는 ‘여성’이라고 답했다가, ‘남성과 잔 적이 있다’며 양성애 옵션을 묻는다. 12년 동안 여성과의 결혼을 유지했다는 까닭으로 동성애를 ‘페이즈’로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정말 ‘페이즈’였다면 본인이 알았을 거다.) 그러나 직원은 ‘운영상의 문제로 해당 옵션은 금지돼 있다’고 말하고, 언짢아하며 답을 않던 남자는 마지못해 ‘이성애’를 택한다. 디스토피아적 우화 속 괴상한 호텔에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실이나 현실적 픽션 속 양성애는 이처럼 ‘편의상의 이유’로 쉽게 지워지고, ‘지나가는 단계’나 ‘선택의 유예’로 치부되곤 한다.  

<브라이즈헤드 리비지티드>(2008)의 주인공 찰스 라이더를 평가하는 작품 안팎의 말들은 이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 글에서는 그를 바이섹슈얼 남성의 왜곡된 초상으로 봤다. 그려진 상을 비판하기 위해 ‘의도된 왜곡’이라면 창작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해석이겠고, 아니라면 작품의 시선 자체가 그를 왜곡하는 것일 테다.
<브라이즈헤드 리비지티드>(2008)
세바스찬 플라이트의 선언

세바스찬은 ‘남색가’라는 수식과 함께 처음 등장한다. 한 손에 술잔을 든 채 고개를 한껏 젖히고 햇살을 음미한다. 다음에는, 대뜸 토하고 사라진다. 이후 그는 타인의 편견과 취기가 뒤튼 첫인상을 자신의 언어로 재정립한다. 꽃다발과 편지, 테디 베어, 행복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그는 종종 현재를 이미 과거로 추억하며 거기 머무르고 싶어한다. “행복했던 장소에 금을 가득 파묻고 나중에 늙고 비참해졌을 때 열어보고 싶어.” 그의 행복에는 늘 그렇게 우울이, 미래의 불행에 대한 확신이 있다. 자신을 예술가라고 수식하는 찰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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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제도 모르고 주제를 모르겠는 글과 그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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