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 영화관 데이트 하는 법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2/05
문과대 1학년 교양에서 '리플리 증후군'을 배웠다.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병으로, 공상 허언증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허언증 갤러리'의 흥망성쇠를 목격한 세대라 그런지 재밌는 주제였다. 실제로 교수는 '허언증 갤러리'를 예시로 들었다. 나중에 알았다. 리플리 증후군은 존재하는 병명이 아니고, 허언증 갤러리는 나쁜 희화화에 기댔다. 교수가 나쁘다곤 생각 안 한다. 리플리 증후군은 비평의 관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문제는 용어다. 리플리 증후군의 첫 번째 '환자'는 리플리여야 한다. 그러나 <리플리>는 리플리 증후군의 영화가 아니다.
미라지 엔터프라이즈, 팀닉 필름스
오프닝의 편집은 노골적이다. 화면을 가르고 찢어가며 장면을 중첩하고, 선을 긋고 색을 반전시킨다. 두 가지 층위의 효과가 나타난다. 우선 연출의 관점에서, 경계에 집중하라는 영화적 길잡이다. 실제로 리플리는 모방의 달인으로서 디키를 흉내 낸다. 취미를 계발하고, 옷을 따라 입고, 말투를 가다듬는다. 다른 효과는 <리플리>가 명백한 '영화'라는 선언이다. 그다지 강렬하지 않은 순간을 과하게 편집함으로써, 허구로서의 '영화' 정체성이 확고해진다. 그러나 영화는 현실이다.

나는 <리플리>가 불쾌했다. 이유는 여자 주인공 마지가 안다. 그는 불평한다. "왜 리플리에게는 꼬이는 일이 없지?" 이런 영화를 보면, 항상 꼬이는 내 인생이 불쌍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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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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