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자연과 문화’ ‘단독성과 윤리’ 사이를 헤매이며

나다운 · 게으른 활동가
2021/11/25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쌓는 아이를 살피며 『이등 시민』을 읽는 오후. 읽다 보니 어제 읽은 대목이다. 어떤 문장은 처음 읽은 듯 생소한데, 내일 다시 읽어도 마찬가지일까. 의식을 잡아채는 문장에 홀려 생각에 빠졌다가도 불현듯 아이가 그 자리에 잘 있는지 살핀다. 물 뜨러 가자는 아이와 수돗가에 갔다가 모래성 앞에서 아이와 사진을 찍고 와 다시 책장을 펼친다. 이 글을 쓴 엄마도 이런 오후 3시 같은 시간 속에 있었을까, 아니면 아이를 재우고 컴퓨터 앞에 앉은 지금 새벽 2시 26분 같은 시간 속이었을까.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은 게 8월 28일. 곧장 선별진료소로 달려가 아이와 파트너와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이란 결과 통보를 받기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나. 아이가 양성이라면, 병원이나 치료센터에서 보내야 할 시간들, 나나 파트너가 양성이라면, 그간 만났던 사람들에게 미칠 피해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면... 아이구.

다행히 어린이집 아이들과 교직원, 가족들 모두 음성이라 2주간 원을 폐쇄하는 것 이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2주간 매일 24시간을 아이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것만(!) 잘 해내면 된다. 친구 집, 놀이터, 시가, 키즈카페, 엄마 가게, 문화센터, 도서관을 누비며/헤매며 아이와 함께 놀고, 노는 아이를 바라보고, 옆에서 책을 읽고, 그보다는 더 많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아이의 사진을 찍고, 아이 몰래 담배를 피우고, 아이의 그림을 칭찬하고, 아이를 혼내고 울리고, 아이를 먹이고, 함께 목욕하고, 변비로 용을 쓰는 아이의 두 손을 꼭 잡아주고, 함께 춤을 추고, 책을 읽어주다 함께 잠들거나, 아이가 읽어주는 책을 듣던 밤과 낮이 마술처럼 흘러갔다.
   
"아이구, 귀여워!"
"엄마도 귀여워, 엄마는 어른인데도 귀여워!"
   
기록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말들이 아까워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저 2주 안에 있다. 아, 마술 같은 시간이,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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