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드 히미코> - 고민하는 얼굴과 멈추는 섹스 판타지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5/06
종종 영화의 사소한 부분에 집착해 감상을 망친다.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다. 쉽게 읽으면 재미없고, 퍼즐 풀듯 읽으면 피곤하다. 영화는 교과서가 아니고, 사건 현장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망가진 감상에서 배운다. 엉뚱한 부분에 꽂혔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 나에게 <메종 드 히미코>는 사오리의 빡친 얼굴과 '극사실주의' 배드씬이다.

오다기리 조가 나오는 영화지만, 시바사키 코우가 인상적이다. 말을 걸면 성가셔할 것 같은데, 화를 내진 않을 것 같다. 아마 미간은 구겨진다. 아니면 눈이 커지거나. 무언가 부탁하면, 귀찮은 티를 풀풀 내며 받아주지 않을까 싶다. 사오리는 영화 내내 화나 있는데, 밉지 않다. 고민이 성실하게 쌓인 얼굴이다. 곧바로 분노를 표출하는 무서운 얼굴도, 언제나 여유가 넘치는 다정한 얼굴도 아니다. 나는 미용 목적 성형을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률적 외모주의에 반대한다거나, 내 얼굴에 만족한다는 '대외적인' 이유도 있지만, 결국 내 인생에 쌓인 고민이 자랑스러워서다. 언젠가 얼굴로 드러날 것이고, 누군가는 알아볼 것이다. 일률적인 외모 기준에서 조금 벗어난 채, 사소하고 이상한 데 끌리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
아스믹 에이스
집은 얼굴과 비슷하다. 집엔 과거가 축적된다. 오래된 공간일수록, 성격이 드러난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액자는 중요한 소재다. 미장센은 기본적으로 사오리의 얼굴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중간중간 액자를 비춘다. 실버타운엔 액자가 잔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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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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