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치프와 '어메이징 1호선'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3/04
'홍대병'은 평생 안고 갈 정체성이다. 다만 힙합은 안 듣고, 인디 음악은 잘 모르며, 서울 시민도 아닌데, 홍대에 가 본 횟수조차 5회 미만이다. '클론 룩'도 당당히 입는다. 사실 사람마다 체형과 분위기가 다르니 '클론 룩'은 불가능한 개념이다. 체크와 무지의 차이보다, 무지와 무지의 차이가 더 크다. 배우 김지원의 말마따나 '세상에 같은 흰 티는 없다'. 비슷한 듯 갈라지는 지점이 중요하고, '홍대병'은 특정 문화적 기호에 국한되지 않는다. 베스트셀러와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홍대병'이다. 그러니 서울의 베스트셀러 '홍대' 또한 해체된다.

발병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비주류 취향의 문화적 우월감과 약자에 힘을 보태는 정의감이다. 나는 6:4 비율로, 다소 오만한 환자다. 인기가 많으면 피하고 싶다. 천만 영화는 찾아보기 부담스럽고,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아도 시시하다. 대학 수업도 소수 강의를 선호한다. 매출과 품질이 정비례하진 않는다. 품질이 높을수록, 오히려 반비례할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유명하며 권위 있는 작가들은 많이 팔지 못한다. 그러니 난 절대 작가가 못 된다. 뛰어난 실력과 권위를 갖춰도 무시하는 세상이라면, 한심한 실력의 아무개는 잊힐 뿐이다. 다만 독자는 될 수 있고, 돈을 쓴다면 비주류 작품에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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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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