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보다]도와달라는 말이 어려운 이유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3/18
주문진? 난 못 가. 난 멀리 못 가.

친구들이 바람 쐬러 가자는데 아빠는 엄마 간병을 해야 해서 못 간다고 했다. 나는 다녀오라고 했다. 아빠가 친구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고, 또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브레이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다. 애든 어른이든 누군가를 전적으로 돌보는 사람들은 집에만 있으면 안된다. 하루에 한 번씩은 반드시 나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없는 일을 만들어서라도 나가야 한다. 아빠는 오전에 장을 보거나 텃밭에 나가고, 나는 오후에 커피 사들고 도서관에 간다. 하루종일 환자와 붙어 있는 일은 정말 고되다.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 사랑하는 엄마라도 힘들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안다. 내가 그렇기에 아빠도 그럴 것이다. 이번에 주문진도 그런 것이다. 그런데 아빠는 싫다고 했다. 잠깐 외출은 몰라도 하루종일 멀리 놀러가는 일이 영 내키지 않는 듯 했다. 나는 다시 다녀오라고 했다. 내가 권하고, 아빠 친구들도 자꾸 권하니 아빠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정말 갔다 와도 돼?

못 이긴 척 아빠는 주문진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덜컥 겁이 났다. 요즘 내 기분에, 지금 내 체력에 하루종일 엄마와 있을 자신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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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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