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지옥2-선중일기] 1. 배 타기 싫어요(1)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3/12/07
 연재를 시작하며,

얼룩소와 함께 좋은 취지로 ‘질문받습니다’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후 에디터님께서 선중에서의 일 들을 연재 권유를 하셨다. 다른 플랫폼에서의 내 활동은 부모님께서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얼룩소에 연재하기로 결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로써 경매 종료 후 사기꾼들에 의해 짓밟힌 사람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다. 다시 한번 사회에 경각심이 전해지길 바란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인 9월 초, 전세사기를 당한 천안 전셋집 리첸스 빌라 1004호에서 쫓겨났다.
전세금 5,800만 원 중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고,
내게 남은 건 빚 700여만 원과 전세사기 일지를 담은 책 ‘전세지옥’계약서 뿐이었다.

용인 본가에 4년 만에 다시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간절히 부모님으로부터 분리, 독립하고 싶어 했던 나였다.

결국 나를 아무 대가 없이 받아줄 수 있는 건 부모님의 품뿐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받은 카트론처럼 내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대한 10.6%의 이자율을 요구하지 않았다.
각종 고지서를 들이밀며 가스와 전기를 끊을 수 있다고 협박을 하지 않았다. 
천안 리첸스 건물의 스타관리소처럼 가스와 전기를 끊지 않았다. 물론 화장실 불을 잘 끄지 않고 요리하는 중간 수돗물을 켜놓은 채 다른 행동을 하면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고 절약하라는 기분 좋은(?) 잔소리가 쏟아지기는 하였다. :)
밥과 국 반찬과 과일 간식을 무료로 제공했으며,
충분히 나이가 찬 32살의 부족한 아들에게 두둑한 용돈을 주셨다.

내가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던 것은
부모님이 계실 때 울지 않는 것, 그리고 나는 괜찮다고 거짓말하는 것뿐이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전날의 불안함까지 함께 느끼고 있는 아침이었다. 화창해야 했을 아침이었지만, 먹구름이 우중충하게 껴있다는 핑계로 술의 부작용에 대한 우울함이 아닌 날씨에 대한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중이었다.
용인 본가의 동네에서 해장 산책을 하고 있었다. 자기관리 차원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자가 아닌 동네 백수 스타일의 츄리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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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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