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단상들 3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12/27
1.
카페 문을 또 닫았다. 지난주는 폭설로 이틀을 쉬어갔고, 크리스마스 날은 오픈하려 했지만 전날 종일 내린 비로 집에만 있었던 아이들을 못본 척 할 수가 없어 결국 또 문을 닫았다. 폭설로 자연 눈썰매장이 된 중산간으로 향했고, 2년만에 아이들과 신나게 눈썰매를 탔다. 아이들에게 제주에서만 이렇게 공짜 눈썰매장이 있다고, 육지에서는 모두 돈을 내고 눈썰매장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엄마는 육지 눈썰매장 가본 적 있어? 아이들의 질문에 떠오르는 한 장면. 초등학생 때였나. 웬일인지 부모님과 함께 자연농원 눈썰매장으로 향했고, 길게 늘어선 차들과 어마어마한 인파에 부모님은 그냥 집으로 차를 돌렸다. 그래도 가고 싶었는데, 처음인데, 수많은 말들은 무시됐고 그 뒤로 우리 가족은 다시는 눈썰매장을 가지 않았다. 내 기억을 들려주니 아이들은 나를 위로한다. 엄마 속상했겠다. 글쎄...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아. 그 뒤로 눈썰매는 아니지만 스키나 보드를 타러 자주 갔었어. 이제는 하얀 슬로프를 지치며 내려오기보다 바라보는 게 더 즐거운 중년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날 눈썰매를 너무 신나게 탄 건지. 둘째가 어젯밤부터 갑자기 열이 올랐다. 독감이다 코로나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지레 겁을 먹었다. 카페 문을 닫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다행히 독감은 아니란다. 아이는 낮동안 다시 열이 오르지 않았다. 다행이었던 날이구나 그러고 보니. 이제야 깨닫는 오늘의 감사한 지점.

2. 
연합뉴스 어플을 깔면 속보가 날아온다. 오랜 습관처럼 속보를 받아본다. 기사를 쓸 것도 아니고 취재를 나갈 것도 아니고 보고를 할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다. 연합뉴스 속보가 얼마나 빠른지 현장에서 체험을 했던지라 놓지 못하고 있는 습관 같은 것. 아이와 병원을 다녀온 뒤 집에 들어와 한숨 돌리고 있는데 속보가 떴다. 40대 사망자가 이선균인지 확인 중이라는. 덜컥 가슴이 내려 앉았다. 며칠 전 19시간의 조사를 받고 나왔다는 그의 얼굴 사진을 스치듯 봤던 기억이 났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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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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