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문화의 시대] 대학 재학생 이탈을 부추기는 ‘의대 쏠림’

이덕환
이덕환 인증된 계정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2024/05/06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이 수험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사교육 시장도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 덕분에 특수를 누리고 있다. 물론 수험생에게 의대 진학이 쉬운 것은 아니다. 35만 명에 이르는 4년제 대학의 입학정원 중에서 의대의 입학정원은 0.9%에도 미치지 못하는 3058명뿐이다. 의대 합격은 50만 명의 수능 응시자 중에서 상위 1% 안에 드는 수험생들만 누릴 수 있는 영광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 2월 초 느닷없이 밀어붙이기 시작한 ‘의료 개혁’으로 올 가을 의대의 입학정원이 최대 65%나 확대된다. 의대 진학을 원하는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의대 진학을 포기했던 대학 재학생도 동요하고 있다. 심지어 의사의 꿈을 아쉽게 포기했던 젊은 직장인도 의대 진학의 막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의대 쏠림’이 올가을에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래저래 전국의 사교육 시장이 정부가 애써 만들어 준 ‘의대 특수’를 톡톡히 즐기고 있다.

의대 쏠림이 책임을 수험생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합리적인 인력 양성 정책은 명백하게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대 쏠림을 부추기는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과 N수생에게 유리한 ‘통합수능’에 대한 손질이 꼭 필요하다. 아무 대책도 없이 의대의 입학정원만 늘어나는 내년도 입시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의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교육 시장 (사진=연합뉴스)
의사의 업무도 도전적·혁신적
   
“상위권의 자연계(이과) 학생들이 모두 의대로 몰려가면 사회적으로 절실하게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인재 양성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과도한 의대 쏠림을 걱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이 “안정성만 추구하고, 불확실하고 도전적인 혁신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있다. 언뜻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인력 양성 정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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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과학 상식과 비판적 사고방식, 특히 생명의 근원이고 문명의 핵심인 탄소의 가치를 강조하는 '탄소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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