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댄서
네트워크를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
궁금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 배우고자 노력하고, 깨달아지는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공감을 구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회의주의에 기반한 성실한 변론 외의 대안이 무엇일까?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회의주의에 기반한 성실한 변론 외의 대안이 무엇일까?
지난 번 글은 작성할 시간이 얼마 없어서 좀 급하게 썼다. 하지만 그 글로 넘어가기엔 원글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고, 어쨌든 원글이 투데이에도 올라가 있으니 원글을 읽으신 분들께 참고가 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생각을 더 정리해서 올리고자 한다. 더불어 그동안 언급을 자제해 왔던 성인페스티벌에 대해서도 간단히 입장을 정리해보겠다.
우선, 긴 글을 읽으실 여유가 부족하신 분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요지부터 밝히고자 한다.
'제멋대로 할 자유'라는 표현을 혁명읽는사람님이나 내가 계속 써왔는데, 표현을 순화시키자면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자기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자유'이다. 이 자유의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것이다.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면 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이에 대해 동의하고 그 전제 하에서 어떤 구체적인 사안이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공공복리를 해치는지에 대해 논한다.
위에서 이야기...
사냥감을 나누는 방법으로서의 정의
'제멋대로 할 자유'는 옹호받아야 한다.
[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8] 마무리 (feat. 춤을 추는 것처럼,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8] 마무리 (feat. 춤을 추는 것처럼,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앞에서 한 이야기들의 연장선 상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내용들과 더불어 상상을 포함한 느슨한 대안들에 대해 몇 가지를 이야기하면서 이번 연재글을 마치고자 한다. 내가 반복해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합리성이라는 것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가치이긴 하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유와 평등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이지만 완전한 수준으로 구현되는 것이 불가능하고 다른 가치들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는 것처럼, 완전히 합리적인 사회란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든 공적인 차원에서든 완벽하게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역시 완성된 이념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궁극적인 원천이 시민 전체에게 있다는 원리만 확인할 뿐, 공적인 사안들에 대해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만한 지식도 자원도 부족한 일반 시민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적절한 공적 의사결정을 내리게 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지식들을 제공하지 못한다. 입법,...
[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7] 이해관계, 진영, 권력 (feat. 숙의의 경쟁자들)
[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7] 이해관계, 진영, 권력 (feat. 숙의의 경쟁자들)
상당히 오래 전(1990년대 중반) 일이지만, 약사가 한약을 조제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을 두고 약사와 한의사 간에 격렬한 갈등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당시 한약 판매가 한의사들의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의사들 입장에서는 절대로 반대해야 하는 일이었던 반면, 약사들은 당연히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분쟁은 상당히 오래 지속되었고, 시위 뿐 아니라 동맹 휴학, 면허 반납 등 양측의 강도 높은 집단 행동이 이어졌다.당시 신문 1면에 실린 사진 한 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의대와 약대 학생들이 각각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찍은 2장의 사진을 나란히 붙여 놓은 사진이었다. 90년대 초반까지 흔했던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와 비슷하게, 앳된 얼굴의 젊은 학생들이 머리띠를 매고 북과 장구를 치면서 단호한 표정으로 주먹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었다.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다른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당시...
[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6] 이념의 명암 (feat. 왕국의 통치자들)
한동훈 선거 운동에 대한 간단한 소감
[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5] 지식과 자원의 한계 (feat.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5] 지식과 자원의 한계 (feat.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기후위기 문제는 이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중심적인 이슈가 되었다. 기후의 지속적인 상승은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와 더불어 봄꽃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지고 과일과 생선의 가격이 달라지는 일상의 경험으로 체감되는 현상이 되었다.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에 공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마 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쿠닌이 지은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에서는 다른 논리를 전개한다. 기후위기의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확하지 않은데 그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는 너무 많은 위험과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성급히 행동을 취하지 말고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븐 쿠닌에게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술정책자문관이라는 경력이 붙어 있고, 책의 뒷면에는 명문대 교수 등 유명 인사들의 추천사가 나열되어 있다.평소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믿어 온 시민이라면 자기가 가진 믿음의 타당성을 확인하...
[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4] 직관의 차이 (feat. 코끼리는 걷고 싶은 방향으로 걷는다)
[정치적 소통의 어려움 4] 직관의 차이 (feat. 코끼리는 걷고 싶은 방향으로 걷는다)
앞의 글들에서 나는 직관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했다.단어의 개념은 수학처럼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는 정의라기보다는,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사람마다 고유하게 갖고 있는 지식들의 총체이다. 다시 말하면, 단어의 개념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른 직관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논리를 구성하는 전제의 타당성, 근거가 전제를 뒷받침하는 개연성의 수준에 대한 판단 역시 사람마다 다른 직관에 의존한다.
직관이란, 의식적인 추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어떤 판단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람의 얼굴을 별다른 생각 없이 알아보는 것,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가 바닥에 닿을 때 쿵하는 소리를 낼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예측하는 것, 고의로 약속을 어기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직관의 예이다. 감정 역시 직관의 한 유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호불호의 감정이 자신에게 이익을 주거나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대상에 대한 본능적인 판단의 역할을 하는 예와 같이, 감정은...
유권자들이 경박함을 기준으로 투표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