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어떻게 쓰나?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3/31

앞의 글에서 나는 '노년의 글쓰기가 가질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설했다. 이번에는 "글을 어떻게 쓰나?"라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만 막상 자신이 글을 쓰려고 하면 다른 어떤 일보다 쉽지 않다.

나는 글쓰기를 배우는 법이 운동을 배우는 법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앞서 당구를 예로 들었기 때문에 글쓰기와 당구를 연결시켜 보자. 당구를 처음 어떻게 배울까? 대부분은 친구들 따라서 당구장에 드나들면서 배우기 시작한다. 글쓰기도 혼자 하기 힘들면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구를 배울 때 무조건 주먹구구식으로 배우기보다는 고점자의 교습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고점자는 충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세를 잡고 큐대를 잡는 간단한 기술부터 시작해서 공의 각도와 회전 타구 그리고 쿠션을 보는 시각 등을 일목요연하게 가르쳐 줄 수 있다. 비용을 이유로 피할 수도 있겠지만 목적지에 빠르게 가는 데는 훨씬 교습이 효율적이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데도 처음에는 동료들과 함께 교습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함께 하면 그만큼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고, 글을 쓰는 일이 고통보다는 재미를 느끼기에도 좋다. 경험이 많은 선생을 통해 글의 소재, 글 쓰는 방법 등을 차근 차근히 배울 수 있다. 한 달 정도만 해도 충분히 글을 독립적으로 쓸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당구의 교습자와 마찬가지로 글쓰기 선생이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이나 인문 공동체를 통해 얼마든지 선생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단 간단한 글쓰기 방법에 대해 교습을 받은 다음 자신이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무엇을 쓰고 어떻게 써야 할까? 나는 먼저 매일 같이 자신이 경험하고 자신에게 떠오르는 것들을 중심으로 기록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글은 처음부터 추상적으로 쓰면 발전이 없다. 구체적인 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글쓰기를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된 일로는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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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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