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외면하는 나라, 참사 앞에 무능한 정치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09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국내 여행도, 국외 여행도 모두 좋아하지만 특별히 국외 여행의 매력이 크다고 느낀다. 국외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다름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언어와 문화, 풍습과 종교가 전혀 다른 이들과 마주할 때면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만큼 우리를 돌아보게도 되는 것이다. 다른 이를 깊이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나를 알게 되듯이, 다른 문화를 마주하고서야 나를 둘러싼 것의 특징을 깨닫게 되는 법이다.
 
나의 여행이 다른 이의 여행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몇 있다. 그중 하나는 죽음을 즐겨 찾는다는 것이다. 나는 한 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만큼 삶에 대한 태도를 잘 드러내는 것이 없다고 여긴다.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어차피 거기서 거리라고들 여기지만, 실상을 돌아보면 나라마다 저의 죽음과 가족이며 친구의 죽음, 또 장례의 방식이며 떠난 이를 기리는 방법이 천차만별임을 알게 되고는 한다.
 
이제껏 십수 개 나라를 돌아보며 그 죽음에 대해 알아본 바, 한국은 가히 세계에 흔치 않은 방식으로 죽음을 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격리다.
 
▲ <기억의 공간들> 스틸컷 ⓒ 반짝다큐페스티발

죽음을 멀리 밀어두는 나라

한국만큼 죽음을 삶과 떼어두고 멀리하는 나라가 없다. 사상적으로 유학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4개 나라, 즉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과 베트남, 일본 가운데서도 한국의 방식만이 유독 남다르다. 흔히 일본이나 중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와 영화를 보다보면 위패며 영정, 유골함을 집 안에 모셔두고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를 기리는 모습을 자주 마주한다. 이는 실제로도 그러하여 이들 나라는 떠난 이의 흔적을 집 안팎 가까이에 두고 자주 살피며 그를 떠올린다.

위패와 영정, 유골함이 집 안에 있는 것도, 죽은 이의 사진을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는 것도, 심지어 논과 밭 한 가운데 묘를 쓰는 것도 이들 문화권에서 자주 발견되곤 한다. 죽음은 산 사람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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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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