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 망각하기: 역사와 서사물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가? (4) <삼체>, <인생>, <5일의 마중>

집과 둥지
집과 둥지 · 미디어 대중문화 | 삶 사람 사는 일
2024/04/24
역사와 개인, 주체적 역사 의식

  <인생>과 <5일의 마중>에서 드러나듯, 역사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받는다. 이데올로기적 색채와 정치적 수사를 매개로 해서, 현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역사의 기억, 불명예를 삭제하는 일이 현재의 조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기억을 구성하기 위한 필수 전제이다. 망각으로서의 역사와 변형가능성으로서의 역사가 혼재하게 된다. 무엇이 역사적 사실인가 하는 문제 자체는 미궁 속에 빠진 채[11]로 서술자에 따라 인물의 주체적 역사의식은 달라졌고, 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잊지 않도록 매체를 활용하게 되었고, 문화로서 기억은 수많은 매체에 의해 생성되고 간직되고 전달된다.[12] 씌어지고 읽혀지는 과정은 사실 많은 것의 상실과 망각을 내포하고 있다.[13] 그러한 맥락에서 매체 밖이라고 할 지라도, 이러한 역사의식을 매체로 전달받아 실제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고 할지라도 온전한 개인의 주체적 역사서술이 가능할 지는 의문이 든다.

  문혁과 같은 역사를 직접 경험하기가 어려운 가운데, 당장 놓여있는 매체와 맥락에서 주체적인 역사 의식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해당 역사에 대한 기존의 평가와 서술에 고립될 수 밖에 없다. 다시 좁혀서 생각해보면, <인생>과 <5일의 마중>이라는 영화 매체에서 문혁을 담아냄으로써 이에 대한 기억을 돌아보게끔 하면서도, 영화에서 서술한 망각의 서사로 인해 우리는 또다시 망각을 준비하고 마는 것이다. 지나간 역사에 대한 비극적 역사의 트라우마에 대한 망각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와 같은 작품의 과거의 트라우마 기억에 대해 다시 말한다는 것조차 새로운 기억의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14], 어쩌면 망각은 기억함으로써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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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현 // 에세이와 칼럼, 조금의 소설. 에세이 2권, 학술서 공저 1권, 한겨레 칼럼 공모 당선 seedsofthought.bi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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