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 망각하기: 역사와 서사물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가? (2) <삼체>, <인생>, <5일의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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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둥지 · 미디어 대중문화 | 삶 사람 사는 일
2024/04/24
고의적 망각

  문화대혁명은 피해자들에게는 잊고 싶을 만큼의 아픔을 떠올리게 하고 이는 고의적 망각으로 서술된다.
부르주아계급과 자본주의의 타파라는 노선 아래에서 부르주아정신을 지녔다고 여겨진 지식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군중대회에서의 공개적 비판, 노동개조교육이라는 명분 하의 체력노동을 행해야 했다. 실제로 탄압받은 사람들 중에는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이미 노동자 계급의 일부가 된 유능하고 성과를 낸 광범한 지식인들”[3]을 포함하고 있었다. 혁명을 위해서 부르주아정신을 갖춘 반동분자를 만들어 내기까지 한 것이다. 이들이 반추하는 문혁이 고통과 통탄의 역사임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망각은 주체가 불필요한 경험에서 오는 고통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4] 이 기제를 활용하여 인간은 트라우마로 인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어막을 형성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피해의 당사자인 이들이 문혁을 ‘망각’하고자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한편, 정치적 사건의 피해자로서 그 피해에 대한 호소는 오히려 자신들의 위상을 제고하고 입지를 다지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그들이 부당함을 호소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부당함을 노출함으로써 부정적 인식은 극대화되고, 이것은 문혁을 광기의 역사로 바라보기에 충분한 환경을 제공한다. 잊고 싶은 트라우마를 노출하는 방식은 트라우마적 기억을 서사적 기억으로 재편하여 그들의 동결된 과거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사적 기억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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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현 // 에세이와 칼럼, 조금의 소설. 에세이 2권, 학술서 공저 1권, 한겨레 칼럼 공모 당선 seedsofthought.bi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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