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움> 가장 비관적인 관점의 현대가족판 모던타임즈
2024/05/06
영화 <비바리움>의 주인공 젬마와 톰은 함께 있을 때면 여전히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살아있는 풋풋한 커플이다. 그런 두 사람은 함께 동거할 집을 찾아 나섰다가 어쩐지 기괴한 느낌이 드는 부동산업자를 만나고, 그를 따라 나섰다가 그 만큼이나 기괴한 느낌이 드는 텅 빈 마을에 고립되고 만다. 획일적인 집들이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는 그 마을에서 그들은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계속해서 그 기괴한 부동산업자에게 소개받았던 ‘9호’ 집으로 돌아오게 될 뿐이다. 집을 깡그리 불태워버려도 다음 날이면 집은 원래 모습 그대로 멀쩡히 남아있다. 지붕 위에 거대하게 SOS 신호를 그려놔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은 뻗치지 않는다. 다만 아마도 그들을 그곳에 가둔 당사자들로 짐작되는 무리로부터 통조림 음식 같은 구호 물품만 계속해서 배달될 뿐이다. 벗어날 도리라곤 없이 그들은 그 기괴한 마을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 구호 물품과 함께 색다른 무언가가 도착한다. 구호 물품 상자 안에 살아있는 ‘갓난아이’가 함께 담겨 온 것. 그리고 그 아이는 두 사람에겐 정말이지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로 재빠르게 자라난다.
고작 몇 개월 만에 10살은 되어 보이는 모습으로 자라난 아이는 두 사람을 ‘엄마’, ‘아빠’로 부르며 그들의 말투와 행동을 흉내 내고, 배가 고프면 자기 눈앞에 음식이 마련되기 전까지 괴성을 질러대며, 숨이 막힐 정도로 두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예기치 않게 사고를 치기도 한다.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톰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