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의 고고인류학 56편 -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위기",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조지아와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중인 터키도 주목

알렉세이 정
알렉세이 정 ·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연구교수
2024/04/29
지난 1월 21일 러시아와 미국은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로 1시간 30분에 걸쳐 회담을 열었다. 양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있는 군사적인 위기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양측의 조건들을 수용하는 것에 난감을 표시함으로써 사실상 회담은 실패했으나 외교적으로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물러난 셈이다. 이번 회담의 검토 결과를 놓고 볼 때 고위급 회담이 진전되는 상황에 따라 양국 정상 간에 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현재는 양측이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첨예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은 러시아가 만약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을 경우 침공으로 간주하고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토니 블링컨 장관은 군사 행동과 거리가 먼 공격성 행동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단호하게 경제 봉쇄 등의 대응을 보일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러시아 측은 나토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비판을 고수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를 가입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양자 간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관철했다. 나아가 나토가 옛 소련 국가에서의 군사 훈련을 비롯한 군사 배치 등, 모든 군사적 활동에 대해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 : 터키 TRT 방송에서 나타난 흑해위기, 출처 : Алексей Зён의 페이스북

이와 같은 러시아의 제안에 대한 미국은 다음 주에 답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이했던 흑해 위기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긴 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 회담을 통해 당장의 군사적인 충돌 위기에서 완화시키는 것은 성공했으나 양측의 입장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흑해 위기에 대해 이른바 ‘시간 벌기’에 불과한 것일수도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2021년 11월 러시아는 러시아 육군 9만 2천 명과 흑해함대를 비롯한 해군, 크라스노다르 연대의 공군을 포함해 총 15만에서 17만에 이르는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과 흑해에 집결시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소련 시대 이후 유례없이 러시아 예비군 수만 명이 소집되었으며, 예비군들은 전술 대대가 침공한 지역으로 투입되어 해당 지역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진격전에 필수인 전차와 장갑차, 치중대와 후속부대들도 모이고 있는데 이들 부대들로 인해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다. 물론 우크라이나 측도 전쟁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는 대놓고 전쟁 준비를 보여 주면서까지 긴장을 고조시킨 부분은 굉장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흑해 위기의 배경에 대해 수많은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특수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제2의 크림 위기이자 돈바스 전쟁에서 나토와의 전면전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와중에 대만 역시 차이잉원 집권 이후의 양안관계 악화로 인하여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러시아가 각자가 노리는 국가들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으로 전략을 내세우면 미국은 불리한 양면전쟁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다면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안전쟁이 벌어질 확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올해 전쟁 벌일 가능성보다 더 낮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크라이나의 입지는 매우 중요하다. 나토 등의 서방 국가로부터 완충지대가 필요한데다 흑해를 통해 해상으로 확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림 반도를 합병하고 돈바스 전쟁을 후원하여 러시아의 영향을 확대하는 것도 흑해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유리한 부분을 점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국제 사회에서는 방어 전쟁 이외의 전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인근 유럽국가들과 러시아의 팽창을 경계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러시아는 2021년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사태를 통해서 미국의 국제 분쟁 개입 의지가 낮다고 판단했고 이에 맞춰 기회를 노리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 평가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 성명은 항상 대응하겠다라고 말은 해도, 경제 재제만을 운운하지 군사적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은 군사 개입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는 입장이다. 물론 돈바스 전쟁 이후 러시아의 경제는 제재로 인하여 확실하게 위축되어 한동안 어려워진 전례가 있으나, 그 전에도 러시아가 경제 재제의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크림반도를 합병했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푸틴 정권은 현재 점점 터져나오는 내부에서의 각종 문제들로 인해 여러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 때문에 외부로 눈을 돌리려고 일부러 안보 이슈를 확대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여러 정황들로 볼 때 러시아는 앞으로도 계속 우크라이나와 흑해 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내 외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흔들 가능성이 높으며 외부적으로는 최근 사이가 좋은 터키와 공조할 가능성도 있다. 내부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내의 친러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내부 혼란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근거는 영국 외무부가 22일에 밝힌 발언에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점령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우크라이나 인사들을 포섭, 친러 정권을 세우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것에 있다. 영국 외무부는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면서 러시아가 내세온 수장에는 우크라이나 규제 당국이 친러 선전 방송을 했다며 폐쇄한 방송사 "나쉬(НАШИ)"의 소유주인 예브게니 무라예프(Евгений Мураев) 전 하원의원이다. 

그 외에도 영국은 2014년 축출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지낸 바 있는 니콜라이 아자로프(Николай  Aзаров), 빅토르 야누코비치 밑에서 부총리를 지냈던 세르게이 아르부조프(Сергей Арбузов)와 안드레이 클루예프(Андрей Клюев), 전 우크라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며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한 혐의로 최근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블라디미르 시브코비치(Владимир Шивкович) 등 4명의 우크라이나 정치인이 러시아 정보국인 FSB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증거가 있다며 이들 중 일부는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계획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영국에서 밝혀낸 부분으로 볼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친러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우크라이나 지역당(Партия регионов)"을 움직이면서 원외정당인 지역당을 젤렌스키와 여당인 "인민의 일꾼(Слуга народа)"을 축출하고 친러정권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우크라이나 내부 혼란의 유도는 흑해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러한 흑해 위기에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조지아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주목하고 있다. 그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흑해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 🐄 🥛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얼룩소 시작하기

유라시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역사, 고고, 인류학적으로 다양하게 조사, 연구하기 위해서 역사, 문화적 체험을 중시하고 하고 있다
350
팔로워 18
팔로잉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