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피셜은 이제 그만! 어느 코메디언의 죽음을 보며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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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한 순간을 감추는 것은 모든 동물의 본능이다. 무력한 순간을 드러내도 위험이 비껴갈 수 있으나 그런 행운에는 한계가 있다. 또, 어떤 개체가 무력한 순간을 자주 드러내면 포식자와 천적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고 '인간애'니 '인류애'니 같은 고상한 단어를 뇌까리지만 정작 인간처럼 서로를 효율적으로 살육하는 동물은 드물다. 국가란 조직의 목표도 겉으로는 '구성원의 안녕'이나 사실은 '다른 국가를 굴복시켜 착취하고 그 구성원이 저항하면 살육하는 것'에 가깝다. 심지어 국가란 조직 내부에서도 약한 구성원은 착취당하고 툭하면 공격대상에 오른다.
그런 측면에서 사내는 매우 불우한 운명을 타고났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무력한 순간을 어느 정도 숨길 수있는 반면, 사내는 그게 가능하지 않을 때가 너무 잦았다. 물론 사내에게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 무시무시한 순간은 번개가 내리치듯, 돌풍이 몰려와 잔잔한 바다를 깨뜨리고 거친 파도를 만들듯, 타클라마칸의 모래바람이 불운한 상인의 행렬을 삼켜버리듯, 갑작스레 다가오지만 아주 짧게 준비할 시간을 준다. 그 무시무시한 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있는 몇 가지 변화가 있으나 거의 임박해서야 나타난다. 서재에서 책을 읽을때, 몇 푼의 돈을 위해 원고를 끄적일 때, 잠을 청하고자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찾아오면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때, 거리를 걷고 있을 때, 도박판에서 크게 돈을 걸려고할 때, 찾아오면 낭패다. 거친 논쟁을 벌일 때, 값싼 매음굴을 찾았을 때, 찾아오면 그보다 큰 굴욕이 없다.
번개를 맞은 것처럼 갑자기 모든 동작을 멈춘 다음, 눈알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팔다리는 뻣뻣하게 펴진 후에 열병에 걸린 것처럼 떨린다. 입에 거품을 한껏 물고 쓰러져서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뒹군다. 그러다가 이내 정신을 잃고는 코를 골며 잠에 빠진다.
생각만 해도 비참했다. 사내는 어릴 때부터 그 순간에서 아예 깨어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