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불굴의 의지로 완강하게!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16
국립 공원 투어 ③ 아치스 국립 공원 데블스가든 트레일

솔뫼는 트레일을 다니면서 strenuous라는 단어를 배웠다고 했다. 힘이 많이 드는, 격렬한, 불굴의, 완강한, 이런 뜻으로 트레일 리뷰에 이 단어가 있으면 여긴 힘들겠구나 한다고. 나는 이 단어를 더블오 아치Double O Arch를 가면서 체감했다. 

더블오 아치로 가는 길은 데블스가든 트레일Devils Garden Trail. 이름대로 악마적으로 힘들고 격렬한 바람이 불어 불굴의 의지가 없이는 갈 수가 없었다. 그치, 악마의 정원인데 쉽게 갈 수 있음 재미없지 빙고. 
1차 위기를 맞았던 그곳! 내려가는 길이 안 보였다 흑흑.

트레일 초입 커다란 바위를 기어올라가야 하는 지점에서부터 위기를 맞았다. 아까 델리키트 아치에서의 배운 것이 있었다. 올라가는 건 올라가는데 여길 어떻게 내려오지? 마음 같아선 포기하고 싶은데 어린 아이들이 거길 막 뛰어 내려오고(내가 덜덜 떨며 안 무섭냐고 물으니 해맑게들 웃었다. 내게도 뭘 몰라 해맑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당최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스틱을 짚고 내려오는 걸 보니 혼자 엄살 부리는 것 같아 민망했다. 한 어르신은 자기처럼 엉덩이로 살살 내려오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래도 망설이고 있자니 딱 그 지점에서, 무슨 계시처럼, 앞에서 말한 나의 구원자 일행을 만났다. You, my savior오, 나의 구원자! 나는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소리치며 당신 덕분에 죽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다시 한 번 호들갑스러운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또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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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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