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중간정산] 점심시간에 거짓말하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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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mpman84 · 방송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2024/05/10
 몇 해 전 서울 강남에 있던 회사가 고양시 일산으로 이사 왔다.

 "세상에, 어떻게 올라온 서울인데 결국 지방에 있는 회사에 다니게 됐네요."

 일산으로 첫 출근한 날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서울에 올라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주소의 집에 살면서 서울에 있는 회사를 다녔으니 이제 나도 서울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다시 지방의 회사원이 되었다는 장난 섞인 푸념이었다.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찬 아침 시간 교대행 2호선과 수서행 3호선을 타고 다녔는데 이제부터는 이름도 낯선 대화행 방향 3호선 열차를 타야 한다. 평생 가 볼 일이 없을 것 같았던 구파발 너머 미지의 세계로 여행 아닌 여행을 매일 떠나게 됐다. 그래도 전철이 널널한 건 마음에 들었다. 만원 전철에서 옴짝달싹 못하고서 몸이 끼일 일도 없고, 낯선 이와 어깨를 부딪쳐서 불쾌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으며, 게다가 앉은 채로 출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강남으로 오갈 땐 상상도 할 수 없던 장면이었다.

 며칠 동안 일산으로 출근해 보니 깨닫게 됐다. 서울, 그곳에서도 강남이 얼마나 좋은 동네였는지. 먹을 것도, 구경할 곳도, 이런저런 재미난 일들도 많은 곳이었던 거다. 왜 다들 서울 서울 그러면서 떠나지 못하는지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에 반해 일산은 도화지 가장자리의 하얀 여백 같은 곳이었다. 유독 회사가 있는 쪽이 더 그랬는데, 말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운동장 한가운데 건물 한 채만 덩그러니 서 있는 느낌이었다. 회사에 파견 나온 공익근무 아이들도 그랬다. 처음에 파견지 주소를 보고 의아했다고. 거기 아무것도 없는 동네인데 회사가 있다고? 이게 정말인가, 전산 오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이나 여기는 허허벌판이었다.

 몇 해가 지난 지금은 새로 지은 고층 아파트들도 들어서고 초등학교도 하나 생겨서 제법 그럴싸한 동네로 탈바꿈했다. 처음에는 근처에서 편의점 하나 찾기도 어려운 게 어찌나 낯설고 불편했는지.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사옥 이전 초기에 회사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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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좀 더 즐거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열정 따위 없는 룸펜이고 싶습니다. 먹고 살아야 해서 어느 지상파 방송사에서 10여년째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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