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질서에 대한 전복적 태도로 유명했던 무정부주의적 펑크록 그룹 ‘섹스 피스톨즈’가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라는 반어적 제목의 노래를 발표해 “너에게 미래는 없어”라고 노래했던 게 벌써 1977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죽은 마당에 어느 정도 슬픔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나 할머니의 죽음은 누구에게든 슬픈 일’이라는 노동당 전대표 제레미 코빈 정도의 입장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수많은 추모 인파가 모이고, 온갖 애도 기사와 광고들이 쏟아지고, 축구 경기를 취소하고, 노동당이 행사를 연기하고, 주요노조까지 파업을 철회했다니 좀 놀라웠다. 이것을 보고 있으면, 군주제는 단지 봉건적 잔재가 아니라 영국자본주의와 분리불가능한 제도가 됐고, 가장 성공적인 자본주의적 기구로 진화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윤석열도 직접 장례식에 참석하러 영국으로 간다니, 이건 또 뭔가 싶다. 자녀 입시비리 문제의 뒤처리를 위해 미국출장 기회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