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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우리가 시를 간절히 원할 때 시는 더 멀리 달아나는 것 같습니다. 또 우리 사회에 시가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시와 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오은 시인께서는 미디어 활동 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독자들과 소통과 교섭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이유는 시와 세상 사이의 격차 혹은 이격을 줄이는 노력이라 생각합니다. 시를 친근하게 해주고, 또 그 좋은 것을 놓치고 있는 우리가 이따금이나마 시를 맛보게 해주는 일에 열심이신 듯 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또 더 멀리 떠나가지 않기 위해 시인들과 독자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여 할까요?

alookso콘텐츠 인증된 계정 ·
2024/01/25

<본인등판 1일 차 포인트 당첨자 발표>

오은 시인이 선정한 '좋은 질문'은 @muruybi 님의 질문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1/31) 5000포인트를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좋은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도록 관심 갖고 살펴봐 주신 얼룩커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첨자 선정은 오늘과 내일도 계속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5

@hsmanim 시든 산문이든, 글을 쓸 때마다 제가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한 끗'입니다. 세상을 놀랠 글을 쓰겠다는 포부에 젖어 부끄러운 글을 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가 발 딛고 서 있는 여기를 다르게 보려고 애씁니다. 다르게 본 것을 다르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글에 깃든 저의 시선이나 그것을 옮긴 문장에 '한 끗'이라도 다른 게 있는지 살펴봅니다. 그게 글의 개성을, 작가의 스타일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독자의 존재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글이 발행되고 책이 출간되면, 그때는 이미 제 손을 떠난 게 되기 때문이에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소수자나 약자가 읽어도 상처받지 않을 글을 쓰려고 합니다. 초고를 다 쓰고 나서 표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피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시든 산문이든 '한 끗' 다르게 쓰는 일이 참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는 데에는, 어쩌면 그 어려움이 큰 동력이 되지 않았나 해요. 쉽다고 생각하거나 이제 좀 알 것 같다고 겉넘을 때, 사람은 실수하게 마련이잖아요.
'한 끗'을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한 끗에서 개성이 나옵니다. 고맙습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5

@웃는식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프리랜서 생활이 길어지면서 '휴일=글쓰기' 공식이 그만 깨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제 계획대로 일정이 조율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요즘은 틈만 나면 읽고 씁니다. 저는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버스나 지하철 안에 있는 시간은 '읽는 시간'입니다. 강연이나 사회를 보러 간 행사장 근처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은 '쓰는 시간'입니다. 산책할 때 틈틈이 적어둔 메모가 쓰는 일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최근 몇 년간 발표한 시와 산문 중 상당수는 길 위에서 쓰인 것입니다.
낯선 이에게 다가가는 일은 저 또한 어렵습니다. 그러나 낯설다는 것은 낯익어질 때까지 그만큼 알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기도 하지만, 낯선 이를 마주할 때면 그래서 더더욱 상대를 궁금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궁금한 게 없으면 대화는 겉돌 수밖에 없으니까요. 공통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호기심은 곧 애정이잖아요, 애정을 보이는 상대에게 차갑게 대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궁금해한다는, 상대를 알고 싶어 한다는 진심을 보여주세요. 고맙습니다.

칭징저 ·
2024/01/23

오은 시인은 시보다 먼저 얼굴을 알게 된 분입니다. 몇 년 전 어떤 자리에 가보니 시인이라고 소개된 분이 너무 재밌게, 또 다정하게 말씀을 잘 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회활동가, 그리고 흠모하는 예술가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 나누시는 시인의 모습을 보고 시집도 찾아보게 됐습니다. 공교롭게 제가 믿고 신뢰하는 단체나 모임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오은 시인이 자추 초청되더군요. 그래서 더 좋은 마음과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본업 외에 다른 활동을 많이 하는 아티스트를 다짜고짜 폄하하거나 격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구나 정치적인 색이 가미된 활동을 조금이라도 하게 되면 더 그런 편이지요. 이런 말씀을 듣지 않기 어려울 정도로 오은 시인께서는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는 편인데요. 이럴 때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사람들의 마뜩찮은 시선과 불신을 어떻게 상대하고 또 이겨내는지 궁금합니다. 오은 시인님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6

@kkomwall 반갑습니다. 아이디를 보니 누구신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읽는 계정을 보고 사람들은 제가 속독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만큼 읽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는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에는 늘 책을 읽는답니다. 운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틈을 책 읽는 시간으로 메운 셈이지요. 아침에 읽어나서 읽고 밤에 자기 전에 읽는 시간을 생각하니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읽기에 쓰고 있는 듯합니다.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읽기 속도와 리듬 같아요. 저도 유독 천천히 읽게 되는 책들이 있어요. 책의 길이와 깊이와는 상관없이 '상념'이 중요한 책들이 있잖아요. 그런 책들은 머리맡에 두고 하루에 조금씩 읽어나갑니다. 비밀에 다가가는 신중한 발걸음을 떠올리면서요.
저 또한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한 독서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저도 모르게 몰입한 나머지 생각보다 빨리 완독하게 되는 책도 있고요. 지금처럼 꼭꼭 씹어 드시듯 독서하시면 됩니다. 독서도 어쨌든 '소화'의 영역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5

@eun00 아,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 제 편견을 깨준 출연자, 저와 대화 궁합이 유독 잘 맞았던 출연자, 대화가 끝나고 나서 유난히 여운이 길었던 출연자 등 한 분 한 분이 다 소중합니다. '주마등'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안 쓰려고 하는데, 지금도 머릿속으로 출연자들의 얼굴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헤헤.
한 분만 고르자면 김혜순 시인을 꼽겠습니다. 선생님과 밀도 있는 대화를 처음 나눈 때이기도 하고, 말씀을 들을 때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던 날이었거든요.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신념과 태도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도 했어요. 문학의 등불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천천히 오래 써야겠다고 다짐한 날이기도 했어요.
말수가 적은 게스트가 출연하면 난감하지요. 실제로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현장에서 던진 즉흥 질문에) 적잖이 당황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그것 또한 좋은 대화로 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일상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자, 답하기 쉬운 질문부터 던져보자, 아직은 얼어붙어 있는 상대의 마음을 천천히 열어젖혀보자 하는 마음으로 대화에 임합니다. 그러다 보면 눈 녹듯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어쩌면 말수가 적은 것은 성정이기도 하지만, 제가 대화의 물꼬를 잘 트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잖아요.
책읽아웃을 오래 진행하니, '쉬운 대화'는 없다,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대화가 잘 안 풀릴 때면 흘러가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물, 구름, 시간 같은 것이요. 이야기에 자주 쓰는 동사가 '흘러가다'잖아요. 말의 흐름을, 상대 눈빛의 흐름을, 분위기의 흐름을 생각하지요. 그러다 보면 머뭇거리듯 다음 말이 나오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5

@김진후 작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아무래도 경제적 지원이 아닐까 해요. 작가라고 해서 무조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상주 작가 제도나 창작 지원금 사업 등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떠올려봅니다. 글을 쓰면서도 (당분간이지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 많은 작가들이 안도할 수 있었지요.
작은 서점 지원 사업의 예산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서관 지원 사업의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울해졌습니다. 작은 서점 혹은 도서관에서의 낭독회나 북 토크 행사는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장입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독자를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독자는 작가에게 평소 궁금해했던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행사가 벌어지는 서점과 도서관은 '책'으로 매개될 수 있는 가능성의 현장이 되고요.
작가들을 위한 창작 지원, 작은 서점과 도서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활이 사라진 자리에서 좋은 문학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5

@QOQO98 작가 활동을 하며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제가 글쓰기를 하고 있지 못할 때입니다. 저는 여전히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강한데, 여기저기서 말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실제로 쓰는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아졌어요. 쓰기 이전과 이후에 들이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갈수록 쓰기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시를 쓰느냐, 더 친절하게 쓸 수 없느냐, 시인인데 왜 말을 잘하느냐 등 현장에서 튀어나오곤 하는 무례한 질문들 앞에서 무기력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을 떠올려요. 이해했다고 생각할 때조차 (이해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게 사람이잖아요. 그것이 시나 소설 등의 형태로 발화될 때 당연히 완벽하게 이해될 수는 없을 겁니다. 어쩌면 잘 오해하기 위해 우리는 쓰고 읽고 듣고 말하는 게 아닐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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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책읽아웃 덕분에 팬 됐습니다. 지금은 진행하지 않으시지만.. 프랑수와엄님과의 케미가 특히 재밌었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직장인으로 살면서 글쓰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은 아직 멀고 먼 꿈 같아요. 작가님은 회사에 다닐 때도 꾸준히 책/글을 쓰셨나요? 시간은 어떻게 확보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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