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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0

안녕하세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글 자주 보고 있었는데 얼룩소에서 뵙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어떤 현상을 보고 답답함이나 분노를 느낄 때 시의적절하게 위근우 님이 그 문제를 다루는 글을 올려주셔서 대리만족이랄까 대리해소랄까 끓어오르는 속을 진정시킨 적이 많아서 늘 감사하고 있어요. 
위근우 작가님 글을 볼 때마다 감탄하는 게 이슈에 대해 늘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계시다는 점인데요. 아무래도 논쟁이 많은 이슈에 대해서는 맞다 틀리다 말을 얹기가 꺼려지는데 그토록 명확한 의견을 개진하실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편한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조차 내 의견이 옳은 건지, 감정에 휩쓸려서 이야기하는 건 아닌지 늘 고민하게 되는지라 질문 드려봅니다.

오혜민 인증된 계정 ·
2023/11/10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사실 모두에게 당연한 디폴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또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위근우 선생님의 발언이 거듭 회자되고 화제가 되고, 또 공격의 대상이 되는 또 씁쓸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현실에서 또 대응하며 살아가는 입장에서 선생님의 즉각적인 발언에서 늘 크게 공감하며 또 힘을 얻습니다. 반 페미니스트의 입장을 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의하기는 어려워하는 남학생들에게 선생님을 롤 모델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이 제일 최초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그러니까 이것이 선생님의 삶과 밀접한 입장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게 된 최초의 계기 같은 거요),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 주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위근우 인증된 계정 ·
2023/11/10

@J 안녕하세요. 기아팬이시라니 반갑습니다. 우선 이번 스토브리그는 김종국 감독은 두고 서재응 투코를 해고했다는 것부터 크게 조졌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성적은 사실 뭐 부상 복귀와 외국인 투수 리쿠르트에 달렸다고 보고요. 거기에 김종국 감독이 몇 승 좀 까먹을 정도?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어차피 욕만 하게 될 거고 역시 야구 욕은 트위터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위근우 인증된 계정 ·
2023/11/12

@junghee 안녕하세요. 말씀주신 고민은 저 역시 예전부터 그리고 현재진행형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입니다. 우선은 지금의 문제의식을 잃지 말라고 응원하고 싶고요, 다만 스스로 말씀하신 '완벽한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이상을 본인의 실천에 대한 비교대상으로 삼진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완벽한 페미니스트란 무엇일까요. 페미니스트로서의 실천이 정치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수많은 순간 다양한 적대와 연대의 맥락에서 여러 골치아픈 현실적 모순에 답하는 과정에서 또 같은 페미니스트 진영 내에서의 합의와 불화 사이에서 고정되지 않은 방식으로 실천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완벽함 혹은 순수함이라는 미심쩍은 이상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의 구체적 사안들에 쳔착한 고민과 실천, 그리고 그때 그때의 자기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순간 저를 비롯한 남성 페미니스트의 실천이란 불완전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인식하며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완전함을 근거로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한다면  '전부 아니면 무'가 되어버리겠지요.
남성 페미니스트 혹은 남성 연대자의 자리란 완벽한 페미니즘의 이상이 지정해주는 어떤 지점에 미리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재진행형의 정치적 실천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효용이 있으며 가장 실천적 모순을 줄일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판단하고 또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이라 봅니다. 물론 그것은 자기 혼자만의 판단이 아닌 동료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공적 의사소통을 통해 운반되는 여러 논거와 요구를 고려한 것이어야겠지요.
하나 덧붙이자면 남성으로서 여성이 경험하는 부조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대한 '어려움'을 항상 인식하되(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것을 '불가능함'으로 전제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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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2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글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는 독자 중 한 명입니다 늘 일방향으로 소통하다가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굉장히 반갑습니다 세 가지 정도 질문 드리고자 합니다 

 1. 아직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작가님처럼 글로써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꼭 글을 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관련해서 공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처럼 날카롭고 비판적인 글을 쓰기 위한 전문성을 기르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할지 궁금합니다 

 2. 지하철 노조 파업 등 사회 운동을 지지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런 얘기를 해보려고 해도 관심있는 지인 몇 명과의 대화에서 그치고,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지하철 파업의 경우) 그냥 조금만 더 일찍 나오면 별로 불편하지 않다는 소극적인 반항을 담은 대답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로 느껴져 무력할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맞으면 집회에 종종 참여하고 있지만 이외에 노조 등 투쟁 단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혹시 생각해두신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3. 번외의 느낌으로.. 작가님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평론가 혹은 작가 분이 계시다면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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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2

@위근우 솔직히 제 기대보다 더 길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답변하셨는지 이해했습니다만, (말씀 주신 내용들에서 예전에 제가 스치듯 읽었던 몇 권의 책들도 떠오릅니다) "문제를 알았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그 문제를 바라보는 내 눈 앞에 어떤 안경이 씌워져 있는지부터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체계적인 생각의 핵심이다" 라는 제 기존 입장에도 변함은 없습니다. 작가님은 "내 눈 앞에 놓인 안경은 내 주관적인 경험과 실천을 통해서 만들어진 나만의 것이다" 로 답변하신 것으로 보이고, 추후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서 좀 더 상호주관적인 안경을 만들어 가실 것으로 예상하시는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제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답변이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위근우 인증된 계정 ·
2023/11/12

@유영진 안녕하세요. 긴 질문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오해하지 않았다면 올려주신 세 가지 질문은 결국 엄정성에 대한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대한 제 답변은 아마 어떤 의미로든 만족스럽지 않으실 텐데, 첫째 질문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질문에 깔린 가정에 대한 입장차를 드러내는 답이 될 것이며 둘째 어쩌면 질문에 깔린 가정을 제가 오해하고 답변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서로의 차이(정치적 관점의 차이가 아닌)를 선명히 할 때 토픽도 선명해지리라 생각하고요, 단지 제가 질문에 대해 오해에 기반한 답을 하는 게 아니길 조심스럽게 바랄 뿐입니다. 

 세 가지 질문을 주셨지만 결국 그것들은 '체계적인 선택'이라는 질문으로 환원된다고 보는데요, 제 입장은 그 질문은 옳으나 체계적인 선택이냐 아니냐는 건 논의 혹은 논쟁 과정 이전에 선취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제가 오해한 게 아니라면 유영진 님이 말하는 '체계적인 선택'은 객관적인 정당성에 대한 질문이라 보는데요, 저는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의 고정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비판적 담론의 과포화에 대한 우려와 그 대신 대상에 대한 '설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유영진 님의 접근에 대해선 존중하고 또한 그것이 실제 논의에 기여할 것이라는 것은 믿어의심치 않지만, 객관적 설명과 비판적 실천을 이분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저는 객관적 인식의 지점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인식주체는 결국 자신이 속한 해석적 지평 위에서 세계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영진 님께서 해석학에서 말하는 초월적 관점을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만 저로선 일종의 유사초월적 관점이 전제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하버마스가 <인식과 관심>에서 말한 바, 저는 주체가 객체를 이론적으로 전유하는 '인식'은 해석학적 주체들이 자신의 생활세계 내에서의 주관적 경험과 실천의 맥락에서 형성하는 것이라 봅니다. 즉 실천이 인식에 선행한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 경험을 예시하자면 말씀해주신 나무위키와 관련한 논쟁에서 저는 2016년 클로저스 사태에서 여성혐오 맥락을 지우고 여러 비판적 발언을 한 이들에 대한 목록을 생성하던 일부 나무위키 유저들과의 상징 투쟁, 나무위키의 '위근우 논란/비판' 항목을 보고 제게 '그래서 박진성 시인에겐 사과하셨나요?'라고 물으면 제가 버로우 탈 거라 믿던 사람들의 불링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제 인식과 방법론은 그러한 구체적 논쟁과 실천의 맥락에서 형성된 것이며 객관적 혹은 유영진 님의 표현을 빌리면 체계적인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유영진 님께서 말씀하신 '어떤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론적 다양성이 적다고 느낄 때 글을 쓰고자' 하는 행위 역시 저에겐 생활세계적 실천의 맥락에서 인식이 형성되는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물론 이것이 자신의 해석학적 지평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인들 간의 합의 불가능한 주관주의의 무간지옥을 긍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그런 해석학적 한계를 지는 주체들 간의 발화가 상호주관적이고 합의지향적인 의사소통행위를 통해 조절되고 비로소 비교적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수준의 관점 혹은 지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더 객관적이거나 체계적 접근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시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옳으나, 그것은 미리 선취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인 관점과 논거의 교류를 통해 구성되는 것이라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답변은 질문을 많이 비껴가는데요, 저는 전체 논의를 조망할 수 있는 공평무사한 객관적 인식의 고정점을 아예 제 글의 출발점으로 삼지 않으며, 오히려 양심적인 글쓰기란 자신의 해석적 지평과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이 어떤 실천적 관심에서 형성되는지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글에서 저의 입장을 마치 선험적이거나 객관적인 것처럼 자연화했다면 그것은 제가 잘못한 게 맞을 것입니다. 다만 안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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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0

1. 논쟁적인 이슈에 거침없이 발언하는 용기는 어떻게 생기신 건가요?
2. 글쓰다 가장 화딱지 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3. 글쟁이에게 안티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4. 신문사의 고료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5. 프리랜서의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인가요? 

얼룩소에서 만나뵙게 되어 무척 반갑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