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
2023/10/30

"스릴러 작품을 많이 번역하게 되면서 그 경험을 살려 스릴러 소설도 한 편 썼습니다."라는 말씀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번역은 과연 단순히 언어를 바꿔주는 게 아니라 맥락을 다루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점에서 보면...어쩌면 비평과 장르적으로 공유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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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박산호 A. 크리스티 전작을 읽은 분은 안창림 교수입니다. 지인의 문중 사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수재 중 수재입니다.
http://www.ewha.ac.kr/ewha/professor/info.do?mode=view&pId=8uwIvdMWI2HAqMxCJ2UB2A%3D%3D

박산호 인증된 계정 ·
2023/10/29

@노영식 1. 와, 아가사 크리스티 전작을 다 읽어본 분과 만난다면 대화가 너무 즐거울 것 같습니다. 제가 제일 하고 싶은 질문은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 중에 최애 캐릭터가 누구인지, 가장 영리한 작품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군요. 

2. 사실 브론테 자매중에서도 제가 공부한 작가는 샬럿 브론테입니다. 하지만 스릴러 소설의 시각에서 볼 때 폭풍의 언덕은 정말이지 근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흘러넘치는 에너지는 지금 읽어봐도 컥 소리가 나지요. 

3. 이윤기님이나 무라카미 하루키나 두 분 다 너무 대가시라 감히 뭐라 평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하루키의 경우는 음악에 대한 무한한 사랑 덕분에 문장에 서린 음악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루키의 문장은 저도 너무나 닮고 훔치고 싶은 문장이기도 하지요.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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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조금 가벼운 질문인데요.

1. 책을 읽다가 오타, 비문은 출판사에 연락해주는 것이 나은가요? 사실 저자라기보다 편집자가 제대로 안 고친 것일 테니까요. 

2. 번역상 오류인 게 분명한 문장을 가끔 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에 연락하면 번역가를 탓할까봐 망설이게 됩니다. 번역가 입장에서는 독자들이 어떻게 소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3. 국내 번역가 중에 번역가님이 손에 꼽는 번역가는 누구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번역이란, 원작자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한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나라 문화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저자의 의도를 잘 이해하는 게 첫번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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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이름난 카피라이터의 최인아 책방에서 최 대표를 비롯해서 서점 직원들이 박산호 작가님 이름을 부르며 깎듯이 모시는 것을 여러 해 전에 서점 현장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얼룩소에서 VIP 반열에 모실 만합니다. 질문에 앞서 '내가 만난 작가들 - 인터뷰' 글과 '할머니의 예언과 저주' 글도 재밌게 읽어보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bangku87/222858713995
https://blog.naver.com/meeum__/223034899707

애거서 크리스티 전작을 읽어보았다고 어느 물리학도가 캠핑을 함께 하면서 말했습니다. '쥐덫' 정도만 읽어봐 어느 작품이 좋았는지, 미스 마플은 좋았는지를  못 물어봤습니다. 박산호 작가님이 질문한다면 어떻게 질문하시겠어요?

영국 빅토리아 시대 관심에 브론테 자매를 파고 드셨네요. 세 자매 중 가운데인 에밀리가 쓴 소설은 스릴러 작가로서 보시기에 인상이 혹시 어떤가요? 영화화되었는데 소설의 후반부는 뺐습니다. 영화만 본 독자들은 소설의 후반부의 재미를 놓치게 됩니다. 이런 취사선택 영화화 작업은 영화 장르의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윤기 작가가 번역가에서 변신했습니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도 번역가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루키는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작가의 역량 외에 차이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하루키가 음악광이란 점이 기여했을까요?

박산호 인증된 계정 ·
2023/10/29

@JACK alooker 말씀하신 대로 번역가들이 살아남기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요즘 가장 커지는 시장은 한영 문학 분야입니다. 한국의 소설가들이 외국에서 점점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많은 소설가들이 외국으로 진출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전 요즘 젊은 번역가들에게 한영 소설 분야가 유망하다고 적극 추천하는 편입니다. 

영한 번역은 극도로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지 않는 한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박산호 인증된 계정 ·
2023/10/29

@JoR 안녕하세요, 질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첫번째 질문에 답해보자면 문서 번역에 비해 문학 번역은 아직까지는 인공 지능 번역기의 활용도가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이번에 번역을 끝낸 소설 라일라의 첫 페이지를 챗 GPT에 번역을 시켜봤는데. 너무 형편없더군요. 아마도 문학 번역은 상징과 비유를 많이 사용하고. 문장도 굉장히 복잡하게 꼬여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문학 번역은 인공 지능 번역기에 일을 뺏길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전에 독자들이 계속 줄어들어서 출판계 사정이 극히 좋지 않기 때문에 그 점이 더 우려됩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문학 번역은 그때 그때 작업하는 책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들을 엑셀로 정리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평소에 구동사나 콜로케이션과 같은 부문을 꾸준히 공부해두는 것이 번역 작업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질문으로 저는 초고는 최대한 빠르게 하고, 퇴고할 때 시간을 들여서 하는 편입니다. 보통 원서 번역을 할 때 이런 식으로 서너 번을 통독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이해되는 부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번역을 잘하려면 원문의 장악력이 커야 하기 때문입니다.  

번역하면서 생긴 직업병으로는 시력이 크게 약해지고, 허리가 안 좋아지고, 하지 정맥류가 생긴 걸 들 수 있겠네요. 육체적으로는 잃은 게 많지만 공부도 많이 되고 정신적으로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학 번역을 할 때 갖추어야 할 역량이라면, 오역하지 않을 수 있는 탄탄한 문법과 어휘력 그리고 해당 언어가 사용되는 국가에 관한 배경 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는 영미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영미 문학은 이 두 가지 걸작을 토대로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답변을 마치겠습니다. 좋은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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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8

잘 읽었습니다. 책에 대한 애정이 생생히 전달되어 많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번역하셨다는 소설 <라일라> 정말 궁금하네요^^

JACK    alooker ·
2023/10/28

번역은 제2의 창작인만큼 지난하고 힘든 사유의 과정과 배경지식이 요구되는 분야인거 같습니다. 외국인이나 옛조상님들께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남긴 글이 외국어나 한문 혹은 고대어로 표현되어 있어서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워 언어라는 장벽으로 단절되는 느낌이 안타깝습니다. 그러한 장벽을 낮춰주는 번역 담당하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번역 시장이 점점 출판 시장과 함께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인데 어떤 방향으로 변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