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호 인증된 계정 ·
2023/10/29

@kzoon89 1. 오타나 비문은 번역가와 편집자 둘 다 놓친 실수지만, 일단은 출판사에 연락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쇄를 찍을 때 반영할 수 있으니까요. 

2. 번역상 오류인 게 분명한 문장 역시 출판사에 전달해주시면 출판사에서 판단해서 오역이 확실하면 번역가에게 전달합니다. 그래서 오역이면 수정해서 역시 다음 쇄에 반영하게 됩니다.  그런 커뮤니케이션은 출판사와 하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3. 제가 좋아하는 번역가는 일어 번역가인 양윤옥 번역가님입니다. 문장이 너무나 유려하시죠. 

좋은 번역에 대한 의견 감사합니다.  

 

박산호 인증된 계정 ·
2023/10/29

@hey2h 1. 번역 말고 하고 싶은 일은 아마도 성우 같은 목소리를 써서 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목소리가 좋다는 소리를 가끔 듣거든요 ㅎㅎ

2. 최근 읽은 한국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건 김청귤님의 <해저도시 타코야키>였습니다. 그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3. 라일라 읽어주세요. 마음에 드실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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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1) 번역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 최근 읽은 한국소설 중 가장 좋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라일라> 꼭 읽어볼게요.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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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조금 가벼운 질문인데요.

1. 책을 읽다가 오타, 비문은 출판사에 연락해주는 것이 나은가요? 사실 저자라기보다 편집자가 제대로 안 고친 것일 테니까요. 

2. 번역상 오류인 게 분명한 문장을 가끔 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에 연락하면 번역가를 탓할까봐 망설이게 됩니다. 번역가 입장에서는 독자들이 어떻게 소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3. 국내 번역가 중에 번역가님이 손에 꼽는 번역가는 누구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번역이란, 원작자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한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나라 문화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저자의 의도를 잘 이해하는 게 첫번째라고 생각합니다. 

J
JoR
·
2023/10/29

@박산호 귀한 답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혼자 가지고 있는 고민과 생각들인데 이렇게 다른 번역가에게 물어볼 기회는 거의 처음 가져보는 것 같습니다. 답변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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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이름난 카피라이터의 최인아 책방에서 최 대표를 비롯해서 서점 직원들이 박산호 작가님 이름을 부르며 깎듯이 모시는 것을 여러 해 전에 서점 현장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얼룩소에서 VIP 반열에 모실 만합니다. 질문에 앞서 '내가 만난 작가들 - 인터뷰' 글과 '할머니의 예언과 저주' 글도 재밌게 읽어보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bangku87/222858713995
https://blog.naver.com/meeum__/223034899707

애거서 크리스티 전작을 읽어보았다고 어느 물리학도가 캠핑을 함께 하면서 말했습니다. '쥐덫' 정도만 읽어봐 어느 작품이 좋았는지, 미스 마플은 좋았는지를  못 물어봤습니다. 박산호 작가님이 질문한다면 어떻게 질문하시겠어요?

영국 빅토리아 시대 관심에 브론테 자매를 파고 드셨네요. 세 자매 중 가운데인 에밀리가 쓴 소설은 스릴러 작가로서 보시기에 인상이 혹시 어떤가요? 영화화되었는데 소설의 후반부는 뺐습니다. 영화만 본 독자들은 소설의 후반부의 재미를 놓치게 됩니다. 이런 취사선택 영화화 작업은 영화 장르의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윤기 작가가 번역가에서 변신했습니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도 번역가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루키는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작가의 역량 외에 차이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하루키가 음악광이란 점이 기여했을까요?

박산호 인증된 계정 ·
2023/10/29

@JACK alooker 말씀하신 대로 번역가들이 살아남기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요즘 가장 커지는 시장은 한영 문학 분야입니다. 한국의 소설가들이 외국에서 점점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많은 소설가들이 외국으로 진출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전 요즘 젊은 번역가들에게 한영 소설 분야가 유망하다고 적극 추천하는 편입니다. 

영한 번역은 극도로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지 않는 한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박산호 인증된 계정 ·
2023/10/29

@henanovel 라일라, 작가님이 보시면 무척 마음에 드실 소설이에요. 기독교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것도 좋고요. 특히 중년 노숙자 여인과 나이 많은 목사의 사랑이 정말이지 절절하고 아름다워요.   

박산호 인증된 계정 ·
2023/10/29

@JoR 안녕하세요, 질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첫번째 질문에 답해보자면 문서 번역에 비해 문학 번역은 아직까지는 인공 지능 번역기의 활용도가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이번에 번역을 끝낸 소설 라일라의 첫 페이지를 챗 GPT에 번역을 시켜봤는데. 너무 형편없더군요. 아마도 문학 번역은 상징과 비유를 많이 사용하고. 문장도 굉장히 복잡하게 꼬여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문학 번역은 인공 지능 번역기에 일을 뺏길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전에 독자들이 계속 줄어들어서 출판계 사정이 극히 좋지 않기 때문에 그 점이 더 우려됩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문학 번역은 그때 그때 작업하는 책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들을 엑셀로 정리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평소에 구동사나 콜로케이션과 같은 부문을 꾸준히 공부해두는 것이 번역 작업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질문으로 저는 초고는 최대한 빠르게 하고, 퇴고할 때 시간을 들여서 하는 편입니다. 보통 원서 번역을 할 때 이런 식으로 서너 번을 통독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이해되는 부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번역을 잘하려면 원문의 장악력이 커야 하기 때문입니다.  

번역하면서 생긴 직업병으로는 시력이 크게 약해지고, 허리가 안 좋아지고, 하지 정맥류가 생긴 걸 들 수 있겠네요. 육체적으로는 잃은 게 많지만 공부도 많이 되고 정신적으로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학 번역을 할 때 갖추어야 할 역량이라면, 오역하지 않을 수 있는 탄탄한 문법과 어휘력 그리고 해당 언어가 사용되는 국가에 관한 배경 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는 영미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영미 문학은 이 두 가지 걸작을 토대로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답변을 마치겠습니다. 좋은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J
JoR
·
2023/10/28

박산호님처럼 대단한 번역가는 아니지만 영한 번역으로 생계의 일정 부분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동료 번역가가 없는데 이렇게 질문+조언을 얻을 기회가 오다니 귀하네요. 실례가 안 된다면 (꽤 긴 질문들이 되겠지만) 염치 불구하고 이런 저런 질문들 남겨보겠습니다.

Q. 저는 주로 약관, 계약, 가이드, 설문 등 회사나 교육 기관의 기능 문서들을 번역해왔습니다. 이쪽 분야는 기계 번역 시장이 확대되면서 번역가의 자리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습니다. 단가도 낮아지고 일거리도 눈에 보일 만큼 줄어들고 있어요.(문서 특성상 기계 번역으로 대체되기 쉬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문학이나 서사 중심 콘텐츠로 영역을 넓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인데 이쪽 분야는 기계 번역의 활용도가 어느 정도 확대되는 중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문학, 서사 중심 콘텐츠 번역의 경우 갖추어야 할 역량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Q. 제 경우에는 번역하는 콘텐츠의 절대량이 많을수록 용어의 일관성을 유지하거나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비슷하게 가져가는 게 어렵습니다. 엑셀로 단어표도 만들어보고, 퇴고 때 메모도 해보고 하지만 쉽지 않네요. 혹시 이런 부분에 있어서 번역가님만이 가진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Q. 번역가님은 번역의 퇴고를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첫 번역 때 신중하게, 최대한 완성도 있게 번역해서 퇴고 과정을 최소화하시는 편인가요?

 Q. 조금 사적인 질문이지만 번역 일을 하시면서 생긴 직업병 같은 게 있으신가요? 전 번역 작업(특히 영상 번역)을 끝내고 나면 1~2일은 외국 영화를 못 봅니다. 어느 순간 영화가 아니라 자막 맞춤법/오탈자를 보고 있더라고요. ㅠㅠ  

그리고 번역가님이 남기신 '좋은 번역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적어도 제 번역 영역에 한정했을 때는) '어떤 배경 지식 없이 번역본을 보더라도 문장들만 따라가면 그 내용이나 얼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번역'입니다 :) 

h
·
2023/10/28

잘 읽었습니다. 책에 대한 애정이 생생히 전달되어 많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번역하셨다는 소설 <라일라> 정말 궁금하네요^^

JACK    alooker ·
2023/10/28

번역은 제2의 창작인만큼 지난하고 힘든 사유의 과정과 배경지식이 요구되는 분야인거 같습니다. 외국인이나 옛조상님들께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남긴 글이 외국어나 한문 혹은 고대어로 표현되어 있어서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워 언어라는 장벽으로 단절되는 느낌이 안타깝습니다. 그러한 장벽을 낮춰주는 번역 담당하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번역 시장이 점점 출판 시장과 함께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인데 어떤 방향으로 변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