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 인증된 계정 ·
2023/11/24

@voiaeaw 최근엔 저희 마당에 있는 노각나무에 마음이 많이 쓰이고있어요. 제가 없는 사이에 지인분께서 마당 정리하는 일을 도와주셨는데, 그 과정에서 선의로 노각나무 가지를 정리해주셨어요. 저희 어머니도 저도 가지가 그렇게 잘릴 줄은 몰랐고 휑하게 가지가 잘린 모습이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러니까 그분의 선의를 떠나서 발생하는 어떤 사고였던 것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판단을 떠나서 그 잘린 가지가 주는 어떤 비참함이라는 것인데요-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그 지인분은 제가 안산에 살 적부터 봐왔던 분이었어요. 어릴 때 제가 기르던 강아지를 실수로 밟아죽인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아이를 안고 멀어지는 엄마의 모습이 선명한데요. 어린 저는 그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도 없었지요. 엄마는 저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인지 그 아이가 다른집에 입양을 갔다고 말씀하셨어요. 근데 예의 그 지인분이 얼마 뒤 저희 집에 찾아와 아주 비밀스럽게 저한테 그 아이가 사실은 죽은 거다라고 말씀하셨죠. 그 때 느껴졌던 그분의 인상은 선악의 느낌을 떠난 낮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우리가 애써 외면한 진실을 말하는 어떤 존재처럼 느껴졌는데요- 저는 그 순간에도 그분이 하시는 이야기를 이미 다 알고 있다라고 느끼고 있었어요. 

끔찍했던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기숙사를 퇴소하는 그 날에 엄마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사실은 어렸을때 너한테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하셨는데요- 저는 아마 그 때 다 알고있었다고, 엄마가 말해주기 전부터, 그 분이 나한테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전하기 전부터 다 알고 있었다고 말했어요. -

그래서 노각나무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게 느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무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먼 과거까지 뻗어나가서 저한테는 중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거든요.  거기에 더해 그 가지를 자른- 그분에 대한 인상이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단순한 원망이 아니라 항상 어떤 삶의 진실을 알려주는(상기시켜주는) 화자, 혹은 예언자, 또는 이야기 그 자체로 느껴져요.  그것은 어떤 판단이나 선악을 떠난 무엇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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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2

@j 알고계신 것처럼 중학교 때 감독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도 불안하지만 여전히 불안합니다. 오히려 그런 불안이 더 커지는 거 같구요. 용기라고 하기엔 그렇고 여러가지 환경들이 계속 이 일을 하게 만들었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제가 안전할 수 있었던 여러가지, 계급적 성별적인 안전장치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살면서 최대한 염치를 챙기고 싶어하는 거 같구요. 
산업적인 상황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창작자에겐 좋지 않은 상황인 거 같구요. 그럼에도 무언가 영화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혹은 앞으로 하게될 이야기를 믿는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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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이응상 제가 누구보다 특별하게 사회에 관심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닌 거 같구요. 특히나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활동가 분들을 보시면 부끄러운 점이 많아요.. 저는 그저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었던 거 같아요.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나씩 품고 살잖아요? 

이 말을 하지 않으면 못살겠다! 혹은 사소하지만, 내가 저 사람한테 사랑을 고백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 같다! 

저 또한 너와나 라는 영화가 그런 이야기 중 하나였던 거 같구요. 
그래서 사람들의 평가나 지적같은 것에 딱히 관심을 갖거나 반응을 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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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bresson77 2번에 대해서만 답변드릴게요!
그냥 최근에 제가 신경쓰고 있는 목록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1. 빅토르 에리세 <벌집의 정령>
2. 고 이강현 감독님의 모든 작업들
3. (어쩔 수 없이 다시 이끌리는) W.G 제발트의 글들
4. 제주 4.3 증언총서
5. 구로사와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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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nene1617 항상 따뜻한 시선 보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관계에 있어서도 선선하게 거리감이 있는 것이 좋고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과도 아주 가끔 연락하곤 하는데 팬분들도 비슷한 느낌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에 지브이를 하면서 보내주시는 애정에 최대한 답을 못하는 거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구요. 일정 때문에 빠르게 퇴장하고는 했는데 혹시 서운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답니다.

제가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아니라서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하긴 하는데 여러곳에서 에너지를 쓰다보면 금방 고갈되어버리는 것 같기는 해요! 조금 시간을 두고 충전을 한 다음에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하면 되지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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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hoftru 관객분들이 웃을 때 기분이 제일 좋습니다. 단순히 슬프고 서정적인 영화처럼 느껴지기보다는 익숙하고 통속적인 장면이더라도 그 안에서 다양한 감정이 다양한 관점으로 읽히길 바라면서 연출을 했습니다. 느껴지시는대로 즐기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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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j 2016년 경 만나게 된 친구이구요! 자신이 알려지는 것을 엄청나게 꺼리는 친구라 많은 것을 설명 드릴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공동작업은 편지를 주고 받듯이 작업을 했다! 정도로만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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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일해라 조현철 이런 것들을 평소에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그냥 쉽게 불타올랐다가 빠르게 식어버리는 거 같아요. 뭔가 상처를 받는 것이나 지치는 것에 있어서도 그렇구요. 뭔가 고갈 되었다고 느낄 때는- 요새는 풀을 뽑거나 산책을 하거나 책을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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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iamretroma 일단은 영화가 시적인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지칭하거나 사건을 스펙타클로 소비하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보편적인 정서로 주제를 다루려고 했는데요, 작업을 하는 6년이란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무엇인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체감이 되었고 때문에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표현의 수위를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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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밑잔  여러번의 지브이를 통해서 어떤 의미들을 설명드리기는 했지만 그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제가 어떤 말을 덧붙이는 게 감상에 방해가 될 거 같다 였어요. 그냥 느껴지시는대로 내면에서 어떤 발상과 이야기가 뻗어나가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얽혀서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건 정답과 오답을 떠난 문제이기도 하구요. 그 자체로 재미있는 과정이 될 거 같네요! 

하은이가 누워있던 곳은 화성의 우음도라는 곳인데 안산에서 시화방조제를 따라 달리면 닿을 수 있는 곳이랍니다. 시화호라는 공간이 주는 죽음과 재생의 느낌. 그리고 인간의 오만함과 함께 인류세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구요. 우음도라는 공간 자체는 이미 종말을 맞이한 공룡뼈와 공룡알 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곳이랍니다.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자신만의 어떤 것을 발견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소들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촬영지는 아니더라도- 진도의 팽목이나 목포신항을 한 번 쯤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무엇인가를 직접 체감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 여정에서- 진도까지 닿는 먼길에서 유가족 분들이 느꼈을 어떤 막막함들을 잠깐이나마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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