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윤 인증된 계정 ·
2024/03/28

@diana0202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배워야 한다는 불안이나 강박이 옛날 언젠가에는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없어진 건, 역설적이게도, 인공지능 같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어차피 해봐야 내가 따라잡을 수는 없겠구나라는 포기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인문계라 포기가 더 쉬웠던 듯.

그런데 재미있는 건, 현대사회에 도태되고 있는 인문학적 탐구를 통해 이상한 경쟁력이 생겨요. 흔히들 이야기하는 정신승리. 사실 자기 합리화랑 별 차이가 없는데, 그런 조롱이나 염려를 뚫고 계속 나아가는 힘도 인문학적 탐구에 있거든요. 그렇게 나아가면 흔들리지 않는 승리감이 느껴져요. 남들을 이기는 승리감이 아니라, 이건 나만이, 내가 해온 경험만이 말해줄 수 있는 무엇이라는 느낌이에요. 

저는 공부를 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건 내 자신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다는 것이기도 해요. 재능도 없고, 이거 해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염려들을 뚫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거죠. 그러니 알아간다는 건 조금 틀린 표현일 수도 있어요. 알아간다고 하면 원래의 정해진 '나'가 있고, 그걸 발견한다는 뜻처럼 들리지만, 그건 아니에요. 누구든 인간은 무수한 가능성의 존재니까요.  

박혜윤 인증된 계정 ·
2024/03/28

@이주연(산책방) 남들의 인정!!!! 물과 공기처럼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여기서 '남들'이 누구냐! 주연님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내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자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진짜 배움이 아닐까 싶어요. 지속되는 즐거움, 배움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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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bbibbiunni '아이를 키우는 건 몸도 마음도 나를 잃는 것'이라고 하신 건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나를 잃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인데... 칙센마이어의 '몰입'의 기본은 바로 시공간과 나 자신을 잊는 거잖아요. 그게 극치의 행복이라는 거고요. 문제는 애를 키우면서 '나를 잃는 걸' 내가 행복으로 여기게 될 지, 볼행으로 여기게 될지 정말 아무도 몰라요. 어떤 예측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더 곤란한 건 현대 사회에서 애를 갖는 게 선택의 영역이 되어버린 거죠. 많은 선택이 항상 긍정적인 건 아니거든요. 옛날처럼 무조건 애를 가져야 했던 시절에는 내 선택을 후회하거나 혹은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할 필요도 없었을테니까요. 애를 키우는 건 끝이 나지 않는 마라톤이고 따라서 무수한 일이 생길 것이고, 그러니 당연히 아이가 없는 생활을 아쉬워하게 될 때가 있을 거에요. 똑같은 이유로 아이를 안 가져도 가끔은 후회를 하겠죠. 두 경우다 언제나 그렇다는 게 아니라 '때때로'라는 거에요. 사람의 마음이란 건 그렇게 쉽게 흔들리니까요.     

저는 아이를 간절히 원해서 결혼했는데, 낳자마자 절망에 빠져 후회를 했어요. 저는 일도 하고 아기도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에요. 보육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애 맡길 여건은 너무 좋았죠. 다만 나 자신이 한번에 하나씩에만 몰입하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던 거에요. 저는 당연히 워킹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정규직 커리어를 쌓아가는 게 너무나 중요했었는데 말이죠.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충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에만 몰입하는 나 자신에 충실하기 위해 육아에 몰입했어요. 가정주부가 된 거죠. 공부나 글쓰는 것도 직업으로 한 게 아니라, 육아에 몰입하면서 궁금한 것,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한 것 뿐이거든요. 정확하게 말하면 나 자신에게 몰입해서 육아를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나다운 사람이 되어갔던 거죠.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과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게 너무도 역설적으로 일치한다는 걸 20년에 걸쳐서 깨달아가고 있어요. 물론 이런 깨달음이 육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아이가 없이 일에 몰두했어도 결국에는 나다운 사람이 되어갔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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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gigstyle 전 여름에 시애틀에 처음 놀러 왔다가 날씨랑 자연때문에, 오직 그 이유 때문에 이곳에 살러 왔거든요. 그랬다가 이사오기 전에 몰랐던 첫 겨울을 맞고 충격받았어요. '역시 세상에는 무조건 좋은 거 무조건 나쁜 것만은 없어.' 이곳 겨울은 음침하고 축축하고 으슬으슬해서 은밀한 냉기가 파고들어 서서히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이런 겨울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더 놀랐어요. 그래서 여름에는 굶주린 사람처럼 허덕허덕 좋아하려고 하고, 겨울에는 '지금 이걸 좋아라 하는 사람이 있어'라고 읊곤 하죠. 

저도 작가들의 하루를 상상하는 거 좋아해요. 파울로 꾸엘료가 제일 재미있었는데, 늦은 오후가 될 때까지 글을 쓰지 않기 위해, 신문 읽고, 커피 마시고, 사람들이랑 수다떨고, 온갖 해찰을 부리다가 더 이상 핑계댈 게 없을 때 글을 쓰기 시작한대요. 다른 대부분의 작가들은 오전에 정해진 시간 꾸준히 성실하게 글을 쓰더라구요. 그 중에서 특히 조지 엘리엇은 남편인 루이스랑 오전에는 각각 집필을 하다가 오후에는 만나서 서로에게 자신이 쓴 글이나 읽어주고 싶은 작품들을 낭독해줬대요. 매일 규칙적으로. 어쨌든 다들 매일 쓰는 게 일상이더라고요. 

그걸 알고 애당초 '나는 진짜 작가는 못되겠다' 했죠. ^^ 인터뷰에도 썼지만 규칙적인 생활 하는 거 잘 못하거든요. 

저는 선택이 어렵지는 않고, 대신 저지른 다음에 쉽게 포기하고 도망가고 그런 편이에요. 우유부단의 끝판왕인 저희 남편은 완전 반대죠. 결정을 못하지만 결정하고 나면 정말 끝까지 하죠.       

시애틀의 여름과 겨울처럼 양면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별로 고민도 없이 아무렇게나 내키는 대로 일단 해본 다음에, 포기할 때도 즐겁게 해요. 부모님들이나 주변에서 '너는 끈기가 없어서 문제다'라고 하지만, 저는 문제라고 생각 안하고 포기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에요. 휙 집어던지는 기분도 괜찮거든요.

남편의 성격을 닮은 첫째를 키우면서, 언제나 그렇게 말해줬어요. 뭘 선택할지 몰라서 괴로운 그 과정을 너는 즐기고 있는 거라고... 쓴 커피, 뜨거운 욕탕물 같이 즉각적인 즐거움이 아니어도 즐기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익히는 게 필요한 게 있다고... 누가 뭐라든 오래오래 이거 저거를 저울질하는 과정을 상상하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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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요즘 사회에선 ‘성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일이 끝난 후에도 끊임없이 무언가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어쩐지 ‘공부한다’는 단어에 대해 의문이 생깁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공부‘의 정의가 무엇인지, 현대인들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워가는 행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또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공부를 할 때 가져야하는 태도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작가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

”남들의 인정에 기대지 않아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상관없죠.“라는 말을 오래 생각했어요. 저는 인정 없이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이어서 뭐든 오래 지속하는 건 ‘잘하는’ 영역의 것들이었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 일본어 공부만큼은 남들보다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아요. 제가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게 창피하거나 싫지도 않고요. 난생처음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느낌을 준 영역이에요. 그걸 이렇게 글로 쓰는 게- 인정에 목마른 사람 같아 조금 부끄럽긴 한데요, 작가님 인터뷰를 읽으면서 어쩌면 ”주인이 되는 목적성으로서의 배움“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잘하고 싶단 욕심은 여전하지만 그보다 더 큰 층위에 이 배움이 즐겁고 기껍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 정체를 이 인터뷰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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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 책을 읽고 팬이되어 이번 신간도 바로 구입하여 읽고있어요!!
저는 결혼한지 2년된 30대초반인데 결혼하고 더 안정감을갖게된거같고 영어공부나 독서도 싱글일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하고있고요
사실저는 작가님과는 조금다른성향이라 항상 자기계발해야하고 소위 갓생을 추구하며 살아야한다는 주의에요...계획대로되지는않지만 그런걸하면서 제부족한 자존감을 채우고있는걸지도요...
막상결혼하고보니 주변에서...특히 시댁에서 바로 아이를가지라는 압박이바로들어와서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아이를갖는다는건 곧 나를 잃는것만같다는 생각이들었어요
전 스스로하는공부도 넘재미있고 하고싶은것도많은데
아이를갖는다는건 이모든걸포기한다는것과 같은생각이 들었거든요.. 몸과마음둘다요....제가너무 이른걱정을하는걸까요?? 사실 아이가 없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점점드는데 주변에선 힘든걸 상쇄할만한 기쁨이 있을거래요.. 전아닐거같은데말이죠...선택은 나의몫이지만 부모님과 맞설 자신도없구요..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나를잃지않는 육아가 가능할까요??
작가님께서는 아이를키우시면서도 공부도 계속이어나가시고 여러활동을해오셨는데 어떤마음가짐이나 가치관이있으셨는지궁금해요!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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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도 정말 팬이고 작가님 글은 늘 기다리며 읽고 있어요 ^_^
한 번 밖에 못가보긴 했지만 시애틀과 그 주변 자연 너무 좋았어서 
그곳에 살고 계시다는 것도 괜히 좋구요 ㅎㅎ 
위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한 말씀 너무 궁금하고 정말 읽고 싶어요 꼭 저 주제로 책 내주시길 바래봅니다.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사실 많은데 ㅎㅎ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도 궁금하고 
전 우유부단한 면이 있는데다 완벽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사소한 선택도 어려울때가 많은데..
작가님에게 가장 어려웠던 선택은 뭐였을까 궁금해요. 

박혜윤 인증된 계정 ·
2024/03/27

@bboo 비정규적으로 몇 달씩 하고 있어요. 현재는 안 하고 있는데, 광고는 저의 네이버 블로그에 하고 있어요. blog.naver.com/wildwilthing 

후속작은 현재 출판사와 기획하고 있는 건 없어요. 그러니 전혀 모르죠. ^^

제가 미국에서 살고 있어서 한국책을 구해서 읽기가 어려워요. 전자책을 시도해봤는데,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거에요. 종이책은 멈춰서 읽은 걸 음미하면서 할 일들이 있거든요. 낙서를 한다든지, 책장을 후루룩 넘겨본다든지, 작가 사진을 다시 열어본다든지, 무궁무진하게 멈출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은데, 전자책은 그게 도무지 안되는 거에요. 계속 쭉쭉 스크롤을 넘기게 된다는... 그래서 읽는 순간에는 더 편하고 빠른데, 읽고 났을 때 뭔가 기분이 나쁜 거에요. 책 내용이랑 상관없이 뭔가를 흘린 것 같은 불편함... 미국에 오기 전 30대까지 김소월의 시와 은희경의 소설을 좋아했어요. 외국 작가도 말씀드려도 될는지요. 존 크라카우어, 테드 창, 폴 오스터, 조지 엘리엇, 뮤리엘 스파크, 아담 그랜트, 토드 로즈, 데이비드 그로브, 존 그레이, 클레어 칼라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버 색스, 이윤리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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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안녕하세요 작가님

영어공부와는 상관없는 질문이지만 ^^;;

뉴스레터 요즘도 하시나요? 
후속작은 어떤 내용이 될지 궁금합니다. 
또한 국내 작가들 중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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