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어느 개인 게임 개발자가 주차장 지붕 문제로 인해 법인 등록이 안되어 자신이 만든 게임을 심의조차 하지못해 출시가 좌절된 일이 있었고, 비영리 게임을 업로드하던 주전자닷컴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물 미심의를 문제삼아 게임 서비스가 중단된 일이 있었습니다. 게임물 심의를 강제하지 않는 미국과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국과 다를 바 없는 강제적 게임물심의의무가 있고 이를 폐지해달라는 국회청원이 2022년도에 올라왔지만 여전히 통과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문화예술 규제 타파의 일환으로 강제적 게임물심의의무를 폐지하는데 동의하십니까?
madic1207님 안녕하세요.
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페이커 선수의 성공에 박수를 치고, 해외에서 ‘배틀그라운드’ 거둔 성공에 ‘K-게임’의 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인색합니다.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운영되기도 했고, 게임 사전 심의제도 역시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를 겪으며 도박성 게임을 근절하기 위해 게임 사전 심의 제도가 시작됐습니다. 참여정부 김명곤 당시 문화부 장관은 “게임물 등급분류와 재분류를 엄격하게 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조기 발족해 `바다이야기` 등 기존 심의통과 게임물을 재심사해 사행성 게임물의 유통을 철저하게 막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게임물 등급분류제도는 민관이 나눠 맡고 있습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사람은 당해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청소년이용불가를 제외한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게임물은 민간기구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로 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모바일 게임은 구글, 애플 등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확인해보자면, 일본은 CERO (컴퓨터 오락 등급 기구), 유럽은 PEGI (범유럽 게임 정보), 미국은 ESRB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라는 민간기구가 자율 규제로서 게임의 심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만, 민간기구라고 해서 현재 우리나라 심의 기준보다 관대하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일본 CERO(컴퓨터 오락 등급 기구)의 폭력성 기준은 국내보다 엄격한 편이라 평가가 있습니다. 크래프톤 산하의 북미 개발사 SDS가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일본에 출시하려다가 CERO로부터 등급 분류 거부를 받아 출시를 포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PEGI (범유럽 게임 정보)에서 게임 등급을 분류하지만, 각 국가마다 정책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벨기에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하여 도박법을 적용하여 금지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게임이 특정 연령 미만의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불공정 거래 행위는 벌금 및 심각한 경우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형사 범죄입니다.
게임 산업의 진흥을 위해 시대와 맞지 않는 규제라면 충분한 검토 후에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한 요즘처럼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들이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시대에 과도한 규제로 인해 창작자의 자율성이 침해받는다면 이 역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다만, 질문자 분의 제안처럼 사전 심의 규제를 당장 없앨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전국 중1/고1 학생 88만 명 중 도박 위험군은 2만 8천 만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있었습니다. 만약 사전 심의제도가 당장 사라진다면, 누군가는 도박을 확률형 아이템 게임으로 위장하여 이를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 심의 규제를 폐지하더라도, 폐지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이에 대한 예방책도 함께 강구해야 책임 있는 입법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현재 사전 심의 제도에 대해서 질문자 분께서 느끼시는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말씀하신 부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