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수님 학생이 실수해서 제 새 차에 심하게 손상을 입혔는데 학부모에게 이걸 이야기해야할지 생각이 많습니다. 교수님같으면 어떻게 하시는지요?
안녕하세요.
새 차에 심한 손상이 나면, 자신의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것보다 더 심한 아픔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차를 좋아하면 더 그렇지요. 차는 단순한 소유물 그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애완이 아니라 ‘반려’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후배가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장애학생이었습니다. 새 차를 뽑았는데, 그것도 조금 과한 비용으로.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장애학생이 돌멩이로 새 차를 빙둘러가면서 흠을 내었습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후배는 성격이 좋았습니다. 그래도 그런 말을 학부모에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학부모는 허허 웃고 말아서, 자기도 허허 웃고 말았다고 합니다. 참 훈훈한 미담일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애자녀의 부모이기 때문에 사과를 했을 수는 있지만, 그리고 이런 사실을 저에게 전해준 후배가 다소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명확한 것은 부모가 후배에게 어떠한 손해배상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교사가 학부모의 차에 슬쩍 충격을 주었다면, 그것도 새 차에, 그럴 경우는 대부분 어떤 결과가 생길까요. 일단 교사가 알아서 보상을 하겠다고 할 것입니다. 학부모가 요구하기 이전에. 대부분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 상식입니다.
장애학생이기 때문에 부모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배상을 하지 않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이와 관련하여 저와 같은 일반인의 상식과는 판단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 13605 판결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750조에 대한 특별규정인 민법 제755조 제1항에 의하여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 의무 있는 자가 지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미성년자에게 책임이 없음을 전제로 하여 이를 보충하는 책임이고, 그 경우에 감독의무자 자신이 감독의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입증하지 아니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나"
여기에서 해태는 과자회사 이름이 아니라,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해태하지 않았다는 뜻은 책임을 다하였다는 뜻입니다. 좀 어렵습니다. 감독의무자가 감독의무를 다하였다고 입증하면 책임을 면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즉, 나는 아이에게 평소에도 이렇게 성실하게 가르쳤는데, 어쩔 수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 이렇게 된거야....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아마 법으로 간다면 이 부분에서 세세한 다툼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위의 후배 사건의 경우, 지적장애 학생이기 때문에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자인 부모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만일 보호자가 장애학생의 감독 의무를 다하였다는 증거가 받아들여진다면,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피해자는 있는데 피해 받을 방법이 없게 되는지 참 답답하게 되네요. 제가 전문 법조인이 아니라서 무슨 다른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문 변호사에게 상담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보호자가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겠지요.
그런데, 법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변호사를 사야 하지요. 시간 걸리지요. 스트레스받지요.
아마 이런 것들 때문에 제 후배가 그냥 손해배상 청구를 보호자에게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법으로 하고자 하면 보호자가 감독의무를 다했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다했다고 어떻게 보호자가 입증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경우 교사가 무조건적으로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힘들어도 다른 방법이 또 있는지는 전문 변호사에게 상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피곤하네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학교라는 상황에서 장애학생의 보호 감독이 학교에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교사들이 어떠한 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학교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적극 동참할 교사들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장애학생이건 비장애 학생이건 학교 내에서의 문제라면,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실리에 있어서 회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비 이상의 손해배상이고,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면 해 볼 수는 있겠지요. 위자료도 청구하고, 그러나 아무튼 교사의 입장에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동차의 경우에 가입한 보험의 종류로 커버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보험회사가 먼저 지급해 주고, 가해 장애학생의 보호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여 승소할지는 별도의 문제인 것 같흡니다. 그런 경우에는 자동차 보험으로 커버하고, 나머지는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할 것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 장애학생이 아니고, 판단 능력이 인정되는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보호자가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보호자가 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피해를 보았다는 사람이 입증해야 합니다(선고 93다 22357 등).
이걸 입증하기가 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보호자가 책임을 다했는지 아닌지의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제가 법조인이 아니라서, 비장애 학생의 경우 몇 살까지를 판단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중학생은 거의 무조건 판단 능력이 있다고 인정될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 학교에서 손해가 있었다면, 혹시라도 보호의무의 책임이 보호자가 아니라, 교사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이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상식적으로 보호자가 배상해 주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법으로 하더라도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면 해결에 또 실익에 맘고생을 할 것 같습니다. 장애학생이면 더 많이....
결론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같으면 학부모에게 피해 상황을 알리겠습니다. 상식적인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의 대답은 달라질 것이겠지만. 그냥 눈감아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식과 법의 문제고, 전문 법조인이 아니라 제 답변에 한계가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을 참고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위 제 후배의 경우는 그 학생이 상습적으로 그런 일을 여러 건 저질렀는데, 그때 학교가 보호자에게 알렸는지, 학교는 그 학생에게 어떤 지도를 하였는지 등도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고려사항이 될 것 같습니다.
알기로는 그 학생이 여러 교사의 차량에 손상을 입혔지만 아무도 손해배상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못했는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