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유인이 떠났다
2024/04/19
마냥 봄날인 줄로만 알았는데, 언뜻 마주한 미세먼지 수치에 화들짝 놀랐다. 수치 위쪽에 뜨는 두 글자, 최악. 살갗에 닿는 온도만으로 봄인 줄 알았는데, 공기의 질을 따지지 않았구나. 겉보기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 문드러진 우리 사회의 모습 같아 마음이 한겨울 칼바람을 맞은 듯 얼얼하다.
바깥은 여름인데 실내는 오히려 서늘하다. 공기도 정화할 겸 냉난방기를 가동한다. 별 생각 없이 열어본 스마트폰 창에 홍세화 선생님의 부고가 뜬다. 손끝이 얼어붙는다. 사월인데, 사월인데. 사월이면 날씨와 상관 없이 마음이 시리곤 하는데, 선생님이 가셨다는 말에 시린 가슴이 쿵 내려앉기까지 한다.
딱 한 번 지근거리에서 선생님을 뵈었다. 동네 책방에서 열린 만남이었다. 당시 나는 아이들만 키우다 카페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첫째를 병설유치원에 보내자니 믿을 수 없는 한국 교육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도무지 안정되지 않았다....
홍세화 선생님. 명복을 빕니다.
홍세화 선생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