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멤버들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어쩌다 보니 글쓰기 모임 멤버들은 모두 돌봄노동자였고, 아침부터 부랴부랴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고 집안 정리를 하고 간신히 자신도 챙긴 뒤 한 자리에 모이곤 했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분주히 아침 시간을 보내면서도 모임 날마다 나는 줄곧 설렘에 흠뻑 젖어 있었다. 우리가 함께 할 농도 짙은 만남에 대한 설렘.
멤버들은 약속 시간보다 10~20분은 예사로 일찍 찾아오곤 했는데, 나도 덩달아 부지런히 모임을 준비해야 했다. 공간을 환기하고, 날에 따라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공기를 바꾸고, 각자가 쓴 글을 인쇄해 가지런히 테이블에 올려두고, 오늘의 커피를 고르고 정성스레 내리기까지. 잔잔한 음악을 틀어두고 커피를 내리며,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곰곰 다시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 기다림이, 그 기대가, 그 설렘이, 온전히 내가 되는 순간이, 당신 역시 온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