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윤희 시인
이윤희 시인 · 시민강사/ 시인
2024/05/14
고양이

누운 그림자를 따라 정오마저
가지런해지면
수염에 찔린 비린 햇살이
나비 모양으로 흩어진다

네 다리를 늘어뜨린 호흡을
쪽쪽 빨아먹는 발바닥
볕은 셀로 판지처럼
바스락거리고
지붕에서 옥상으로 건너뛰던
아슬한 착지와
골목을 뒤지던 배고픔이
따스한 손에
다 녹는다
오물오물
사료를 아껴 먹는 고양이
고요한 하품이 주름진 입 속으로 뛰어든다

떠도는 울음을 불러
사료 한 주먹 주는 동안
발톱은 안으로 휘어졌다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말랑말랑해 지는 기류

쓰다듬을수록 동그래지는
눈과 귀로 귀여움으로 먹고 사는
주술이 통하는 곳이 얼굴이라면,
신은 가장 잘 속아 넘어가는 것들로
이목구비를 만들었다
어떤 사무친 마음 있는지
거울 속 또렷한 얼굴이 중얼거리고
내 손가락에 놀란 水皮수피가
재빨리 지문을 찍었다
슬며시 다가와 비추다
떠다니는 달에 황급히 얼굴을
벗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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