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예감성 2019봄 여름 20호
혜령의 비행
김봄서
뿌리 쿤타킨테,
목화밭,
내 속은 남북전쟁 중이다
사회책 속에서 튀어나와 내게 달라붙었다
괴물 같은 아빠의 눈빛은
죽음의 공포였다
쓰다만 일기장처럼
낡은 기억 따위는 서랍에 집어 넣었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불안한 어둠 가운데 너무 오래 갇혀 있었다
'아무도 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았어
너무 두려웠어
고독이 다시 옭아매던
수많았던 시간들을 송두리째 삭제시킬 거야
이제 난 날아오를 거야
검은 옷을 벗어버리고 파란 하늘을 마음껏,
하늘빛이 스며들도록
날개 죽지가 시려도 좋아
내가 다시 살아있다는 증거가 돼 줄 거야
난 행복해질 거야
향복할 수 있어
난 충분한 이유가 있어
" 날 지키지 못한 엄마의 죄책감, 필요 없어요
그건 어두운 기억으로 날 밀어 넣는 거예요
엄마 미안하지만,
그냥 날 지금부터라도 내버려둬요
나를 지켜주지 못한 집,
자꾸 두려워 속이 떨릴 때 잊고 싶어서 엄마가 마시던 술,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