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간직하고픈’ 단어들의 사전 - 핍 윌리엄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엘리출판사

안정인
안정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삶
2024/04/26

여성학을 공부한다는 건 내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첫 학기에 한 교수님이 “남아선호사상이라는 단어는 아들 밝힘증으로 바꿔야 한다” 일갈하셨을 때의 해방감을 기억한다. 그렇지. 자유주의 사상, 민주주의 사상도 아니고 남아선호를 무슨 사상씩이나 붙이나. 아들 밝힘증, 병 맞네 뭐! 쨍한 얼음물을 마신 것처럼 머릿속까지 시원하고 통쾌했다. ‘태초에 목소리가 있었다’는 또 어떤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성서 구절을 살짝 비튼 이 멋진 문장은 단 하나의 진리, 경전, 로고스의 권위를 사뿐히 뛰어넘는 힘이 있다. 객관과 중립의 장막을 걷어내고 나면 여성들의 말과 글이, 삶과 투쟁이 중요한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작지만 힘찬 목소리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컸다. 낡은 고정관념을 부수고 새로운 시선으로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법, 나 자신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귀하게 여기는 법을 여성학에서 배웠다.


반면, 엄마로 살아가는 건 내 안에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단어들을 목도하는 일이었다. 생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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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세상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들여다봅니다. 삶과 앎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돌보는 기예로서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고, 독립출판물 『영국탐구생활』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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