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감성 14호 2016년 가을호 불꽃놀이 박위훈

이윤희 시인
이윤희 시인 · 시민강사/ 시인
2024/03/26
문예감성 14호 2016년 가을호

불꽃놀이
   박위훈

불길이 지난 후, 의상대에 올랐다

사방에 타는 냄새가 자욱했을 것이다
팔경은 저리 밉살맞게 서 있는데
원통보전과 동종은 가차없이 버려졌다 한다
그깟 유명세의 허울이 뭐라고
동안거를 끝낸 겨울이 콧방귀를 꼈다 한다
더 웃긴 건
탈속한 노스님의 목탁소리도
불길 앞에선 피안과 차안의 경계를 구분 못했다 한다
불꽃이 사위어갈 무렵
불나비는
사미승 머리에 십계를 슬고 우화했다 했다
아마도 그날은 해수관음상과 해풍이
밀당을 하며 불길을 더 세게 부추겼거나
아니면, 창건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소신공양을 보려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화마는 해마다
아수라의 군대를 이끌고 찾아왔다

그 날의 화려했던 불꽃놀이는
검게 탄 나무들의 그루터기만이 기억할 것이다

#이윤희 시인 옮김 
#문예감성 14호 2016년 가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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