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일기 전자책 출판!] 힘든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인가?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4/04/25
벌써 승선한 지 5개월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호주 한 항차, 카타르 한 항차, 오만 한 항차를 끝내고 두 번째 항차에서 한국으로 복귀하는 중이다. 이틀 전 싱가포르 해협을 지났다. 
지금껏 항상 업무 시간에 싱가포르 센터를 통과하였는데 이번에는 아침과 점심 사이의 쉬는 시간에 통과하였다. 운이 좋게도 점심 메뉴는 간단한 냉면이었다. 평소 9첩, 10첩으로 깔리는 반찬들은 절인 무와 명태회 정도만으로 간소히 차려지고 냉면과 만두만 내면 된다. 쉬는 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난 덕에 카메라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갑판에서 마음껏 관광할 수 있었다.

몇 번을 봐도 마리나베이샌즈는 감탄이 나온다. 파도를 닮은 곡선을 가진 세 개의 건물 위에 배가 떠 있다. 다만 마리나베이샌즈를 육상에서 본 사람들은 건물의 아름답다고만 느낄 수 있다. 건물은 비단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뿐만이 아닌 주변 경관과 얼마나 잘 조화되는지도 중요하다. 마리나베이샌즈의 진가는 바다 위에서 만날 수 있다. 수백 척의 배들이 있는 바닷가에서 마리나베이샌즈는 어느 배들보다 높은 파도 위에 올라가 있어 마치 배들의 왕 같은 위엄이 느껴진다. 도심 상공의 구름마저 비밀의 왕국으로 통할 수 있을 것처럼 신비롭게 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의 뱃머리가 인도양에서 태평양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서양의 문물이 동양으로 전파되는 것 같기도 했고, 세상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바뀌는 의미 같기도 했다.

 
   
운이 좋게도 우리 배는 곧 싱가포르 도크에 들어간다. 한국에 갔다 다시 돌아오면 한 달간 배 수리를 하며 싱가포르의 밤을(하루도 쉬지 않고 낮에는 일해야 한다.)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다시 마리나베이샌즈를 만나면 과거 유럽의 이민자들이 대서양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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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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