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위한 '어른이날'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5/05
Photo by Ann Danilina on Unsplash



매년 어린이날이 돌아오면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어린이날은 있는데 어른이날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무슨 멍멍이 소리인가 할지 모르지만, 진지하게 진심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5월이 가장 행복했다. 어린이날 때문이다. 5월 5일은 달력의 빨간 숫자 중에서도 유독 반짝거렸다. 

  그때는 매주 토요일도 오전 수업이 있었다. 아동학대에 가까운 주 6일 등교가 당연했던 그 시절. 합법적으로 하루를 쉴 수 있다는 것은 특권 아닌 특권이었다. 더구나 어린이날이라는 공식적인 명칭은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 같이 어린아이들만을 위한 날이 존재한다는 건, 어린 내가 보아도 참 멋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방정환 선생님의 이름 석자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외워진 것 같다.

  오직 아이들을 위한 것들로만 가득 찬 날. 그것이 과거의 어린이날이었다. 극장은 ‘영구와 땡칠이’ 같은 어린이 영화로 특수를 누렸다. TV에서도 만화영화를 비롯한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하루 종일 나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놀이동산은 사람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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