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간판을 그리셨던 아버지가 뺑끼(페인트를 뺑끼라고 부르곤 했다) 묻은 손으로 나와 동생에게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엠비씨 청룡 어린이 1년 회원권 2장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스테리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야구보다는 오히려 동물의 왕국과 민병철 생활 영어의 광팬이셨을 뿐이다. 그날, 어머니는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쓴다고 잔소리를 하셨고 아버지는 거나하게 취해 계셨다. 아침에는 꼴뚜기처럼 싱싱한 두 다리로 나가셨다가 밤만 되면 문어 다리가 되어 휘청휘청 집에 오셨던 아버지. 그렇게 해서 나는 엘지 팬이 되었다.
엘지는 94년도에 한국 시리즈 챔피언이 되시었다. 최강 팀이었다. 앞으로도 주우우우우우우우우욱 우승할 것처럼 보였지만 놀랍게도 29년 동안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사이 가끔 가을 야구에 초대되었으나 경기를 할 때마다 벌벌 떨다 보니 지기 일쑤였다. 나는 참다 못해 탈덕을 선언했다. 이 개 같은 팀을 응원하느니 차라리 안 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