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네에, 부끄럽구요) 여의도로 출발하기 전에 집에서 양초를 챙겼다. 밤이 되면 양초를 켜고 민중가요를 부르리라. ♬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 크아. 하지만 나의 20세기 아날로그적 투쟁 방식은 신문물 앞에서 무너졌다. 정처없이 여의도 길바닥을 돌아다니다가 앳돼 보이는 청소년들이 응원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리지날 양초도 아니고, LED 모형 촛불도 아니고, 이상하게 생긴 장난감을 들고 부처핸섬을 하는 것이 아닌가 ? 일본 애니 속 마법소녀가 들고 다니던 마법봉 같다.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하겠다. 호잇 ~ 반짝반짝 빛도 난다. 오호, 탐나는구나. " 이거, 어디서 구매해야 하나요 ? " 청소년들은 마법봉을 흔들며 민중가요 대신 케이팝 노래를 떼창하고 있었다(케이팝 가사를 알지 못하는 관계로 가사 인용은 생략하겠다.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노래는 모두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아파트였다. 별빛이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