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봄은 늘 바쁜 계절을 의미했다.
학기가 3월은 항상 새로운 시작의 달이었고 몇백 명씩 되는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는 일로 바쁘고 진도 나가느라 정신없고 담임이라도 할라치면 정확하게 뭔지도 모를 많은 가정통신문 일명 가통을 나눠주고 다시 받느라 진이 빠지는 시간이랄까. 봄꽃들이 아무리 예쁘게 피어나도 그들에게 시선을 주기란 쉽지 않았다.
예전에는 순서대로 피던 목련과 개나리, 벚꽃이 동시다발로 피는 것을 기후 위기의 사례로 아이들에게 설명하곤 했다.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봄꽃들이 너무 일찍 피는 것과 여름을 뺨치는 기온을 이야기하면 모두 격렬한 긍정의 끄덕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기 후위기와는 별로도 각자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봄꽃들은 참 아름답다.
목련은 누구보다 빨리 피지만 빨리 떨어지면서 더러워지고 자신을 희생하며 거름이 되어가는 진정한 희생이 멋졌고 개나리는 아기자기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잔뜩 노란빛과 새로움을 보여줘서 아 3월이구만을 확연히 느끼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