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올인하는 빅테크 기업들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 인증된 계정 · 세계적인 경제 및 시사 주간지
2023/04/03
테크 공룡들은 인공지능(AI)에 전력을 쏟는 와중에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번 화상 회의의 성과는 무엇일까? 제러드 스파타로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그것을 알아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산성 소프트웨어 책임자가 화상 회의 서비스인 팀즈(Teams)의 사이드바에 있는 메뉴를 선택하자 회사의 데이터 센터 중 한 곳에 위치한 인공지능(AI) 모델이 지금까지의 회의 기록을 분석한다. 30초 후 화면에는 스파타로와 함께 회의를 진행한 상대방의 질문과 스파타로의 답변을 정확하게 요약한 결과물이 나타났다. 그 내용을 살펴본 스파타로는 흥분을 주체하기 힘든 모습이다. 그는 “이건 지금까지의 AI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처럼 마이크로소프트가 머신 인텔리전스를 이식한 제품은 팀즈 외에 더 있다. 3월 16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드와 엑셀을 포함한 자사의 거의 모든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AI 업무 자동화 도구인 'MS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보다 며칠 전에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지메일이나 구글 시트 같은 업무용 제품에 유사한 업그레이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 사이에서 이와 유사한 발표가 대거 쏟아졌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OpenAI는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를 탄생시킨 후 최근 새로운 초강력 AI인 GPT-4를 출시했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거물 기업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 또한 또 다른 AI 스타트업인 허깅 페이스(Hugging Face)와 파트너십을 확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은 가상 비서 시리(Siri)를 비롯한 제품 전반에 걸쳐 새로운 AI를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AI로 자사의 소셜 네트워크를 “터보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글은 생산성 도구에 대한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3월 21일 ChatGPT와 경쟁하기 위한 자체적인 AI 챗봇 ‘바드(Bard)’를 출시했다.

이러한 대규모 기술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실험실을 벗어나 현실 세계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AI 모델의 새로운 물결이 가져온 결과다. 사실 AI의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보니, 지난 3월 29일에는 1,000명 이상의 기술 전문가들이 공개 서한을 통해 GPT-4보다 더 발전된 AI 모델을 개발하는 작업을 6개월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한 일시적인 개발 중단이 실제로 시행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빅테크 기업들은 (AI 투자를 중단하는) 위험을 감수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현재 세계 5대 IT 기업은 모두 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초점을 맞춘다는 게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각기 다를 수 있지만,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은 이미 분명해 보인다. 첫째, AI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둘째, 그 경쟁에서 승자가 결정되기도 전에 AI 경쟁이 빅 테크 기업들의 기술 배포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AI는 거대 IT 기업들에게 새로운 분야가 아니다.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2014년에 임원들에게 AI를 어떻게 그들의 제품에 적용할 계획인지를 물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사장 또한 2016년부터 알파벳을 ‘AI 퍼스트 기업(AI-first Company)’이라고 언급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AI 기술은 아마존이 제품을 판매하고 배송하는 방식, 구글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내는 방식, 애플이 시리를 더욱 스마트하게 만드는 과정,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 데이터 관리 지원, 메타가 광고를 제공하는 방식 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한글로 읽는 이코노미스트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리더스, 브리핑, 칼럼 기사를 번역해 소개합니다. * 이 계정은 alookso에서 운영합니다.
357
팔로워 1.3K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