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5

@wowopopo 제가 작년에 썼던 <마음 쓰는 밤>이라는 글쓰기 에세이에서 '악플에 대처하는 작가의 태도'라는 글에 이 이야기를 썼어요. 생애 첫 작가 인터뷰에 '지랄'이라는 악플이 달렸었어요. 기념할만한 첫 악플이었죠. 이후로도 악플이 종종 달립니다. 온라인 서점 100자평에 악의적인 평가를 남기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 악의적인 리뷰를 남기고 저를 태그하기도 해요. 심지어는 dm으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저는 그리 유명한 작가가 아닌데도 이 정도이니, 정말 유명한 작가님들은 얼마나 더 심하실지 모르겠어요. 

특히 에세이는 작가의 삶과 밀착된 일인칭 시점 문학이기에, 삶 자체를 비난받고 부정당하는 무서움을 느낍니다. 잘 쓰지 못했다는 조바심은, 잘 살지 못했다는 두려움으로 번져 마음을 괴롭히죠. 에세이스트들이 악플에 취약한 부분도 이 지점입니다. 악플에 연연하고 흔들리는 이유는, 작가는 자신의 글의 불완전함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불완전한 나처럼, 삶처럼, 글도 불완전하죠. 그러나 불완전하다해도 내가 진실했다면, 나는 상처받았다고 해도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실했기에 그토록 아픈 걸테니까요. 저는 악플 앞에서 최선을 다해 저 자신을 지킵니다. <마음 쓰는 밤>에 썼던 문장을 옮길게요. 부디 단단한 힘이 되길 바라요. 

[나의 일은 쓰기. 다시 쓰기. 계속 쓰기. 읽기와 평가는 독자의 몫으로 두고, 나는 내가 쓸 글을 쓴다. 불완전하더라도 나는 날마다 쓰면서 나다워진다. 불완전한 나는 내가 보호해야 한다. 나에게 마음을 쏟는다. 무례한 악플은 가능하다면 즉시 차단한다. 악플을 미워도 해본다. 실수나 오류가 있다면 인정하고 바로잡는다. 때로는 리뷰와 댓글들을 찾아보지 않는다. 잠시 글쓰기를 떠나 지낸다. 믿을
만한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토로도 하고 두둔도 하고 방황도 한다. 칭찬과 호평도 깨끗하게 받아들인다. 일상을 지킨다. 마음을 둔다. 나를 믿는다. 그리고 다시 쓴다. 작가에게는 자기 자신을 아낄 완고한 고집이 필요하다.] <마음 쓰는 밤>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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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수수한마음으로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하죠. 정말이에요.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또래들도, 조금 더 어린 학생들도 저는 동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한 사람을 만나 대화한다고 생각한달까요. 제가 쓰는 글이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글이기 때문에, 제 수업에는 모든 세대가 함께 듣는 경우가 많아요. 글쓰기 수업이든 독서모임이든 제가 이끄는 자리에는 다양한 세대가 많아요. 특히 사이버대학교는 20대부터 70대까지 함께 수업을 들어요. 세대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하진 않습니다. 다만,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에요. 

저는 이런 수업이야말로 귀하다고 생각해요. 세대가 허물어지는 순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모두들 다른 것들을 배워가요. 특히, 20-30대 청년들은 주변에서 '좋은 어른'을 만날 기회가 드물어요. 그런데 문학 공부를 하는 어른들은 대부분 '귀한 인생 경험'을 가진 좋은 어른들이 많거든요. 청년들이 그런 어른들을 만나 달라지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봤어요. 그럴 때 가장 뭉클한 것 같아요. 이런 수업에선 모두가 배워요. 인생공부를 함께 하는 셈이죠. 단 한 사람도 배제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지키려는 교수 원칙입니다. 배움에도 나이가 없고, 사귐에도 나이가 없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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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수수한마음으로 방송 글은 글이 주인공이 아니라 영상(이미지)이 주인공이에요. 그래서 영상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내레이션 방식의 글을 씁니다. 내레이션은 소리로 전달되는 글입니다. 영상을 보고 있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이 귀로 들어도 영상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소리로도 전달되는 글을 쓰기 위해 수십 번 소리내 읽으면서 씁니다. 

더불어, 출연자의 음성과 겹치지 않도록 3-5초 정도 공백 수를 체크하여 그 안에 소리 내 읽어도 충분할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해요. 이렇게 쓰고 보니 노래를 만드는 일 같기도 하네요 :) 하지만 내레이션 뿐만 아니라 방송작가들은 기획안, 촬영구성안, 편집구성안, 보도자료, 스튜디오물의 경우 대본 등등 방대한 양의 기획과 구성 관련 글을 씁니다. 이 글들은 방송으로 보여지지 않지만 영상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글들이죠. 방송 글은 좀 더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방송 글을 쓰면서 대중적인 글쓰기를 배운 것 같아요. 

반면, 에세이는 작가의 문장이 전부죠. 작가의 시선과 사유, 문체, 품위, 진실성까지도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글입니다. 작가 자신이 전면으로 드러나죠. 그래서 특히 에세이라는 장르는 작가의 글 만큼이나 작가의 매력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매력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좀 더 사적이고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 글과 에세이 글은 완전히 다른 영역의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두 영역의 글을 써본 저는, 대중적인 글쓰기를 기반으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5

@뽜밹렄딬 저는 퇴고의 완성은 송고라고 기준을 두어요. 타협이라기보단 마감을 지키는 거죠. 독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퇴고는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성적 기술적으로 접근해서는 도저히 글의 완성을 알 수 없죠. 대체로 저는 데드라인을 결승선처럼 두고 직전까지 마감력을 짜내 퇴고하고 글을 보냅니다. 이후로 정말로 심각한 맞춤법이나 팩트 오류를 범했을 경우에만 수정요청을 드리고요. 

하지만 자발적으로 글을 연재하는 경우에는 퇴고의 기준을 스스로 정해야 하죠. 이런 때 '연재'라는 독자와의 약속을 정해두는 게 좋았어요. 브런치북 발행 형식의 '브런치 응원하기 연재'와 구독자에게 글을 연재했던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채널'에서 글을 올릴 때, 저는 제 글을 구독하는 구독자들에게 연재 날짜를 명시했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어떤 요일, 몇 시까지 업로드. 구체적인 업로드 시간을 정하는 거죠. 이 마감 시간을 기준으로 두고 연재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오류나 오타가 발행 후에 발견되기도 했어요. '뉴스레터'가 아닌 개인 채널에 글을 올릴 땐 추후 몇 번의 자잘한 수정을 하기도 합니다. (뉴스레터의 경우는 수정이 매우 어렵겠죠. 더욱 퇴고가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 글에서 퇴고가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한 편의 글을 붙잡고 몇 주 몇 달을 퇴고하는 것보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마감을 지켜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훨씬 도움이 돼요. 그렇게 연재했던 글들이 소설 <까멜리아 싸롱>이 되고, 다섯 번째 책 <선명한 사랑>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썼을 때도 독자가 하나도 없었지만 그냥 저 자신과 약속했어요. 30일 간 매일 연재하기로. 처음부터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하고 지속해왔는데요. 경험해본 작가로서 확신 드릴 수 있어요. 처음엔 아무도 내 글을 읽어주지 않겠지만, 꾸준히 연재하는 콘텐츠는 반드시 독자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5

@728ye 정말 글이 안 써질 땐 저는 솔직한 제 마음을 따르는 편이에요. 글이 안 써지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땐, 그냥 아무것도 쓰지 않아요. 책상에서 벗어나 글쓰기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요. 이 또한 자연스러운 내 마음이라고요. 그럼 다시 자연스럽게 쓰고 싶어질 때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러나 직업인으로서 작가인 경우, 대체로 빽빽한 마감 일정을 지켜야만 하죠. '마감'이 있기에 어떻게든 글을 씁니다. 

하지만 정말 안 써지는 글을 겨우 마감한 경우, 제 글이 부족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하기도 해요. 모든 글이 완벽할 수도 흡족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도 자책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성실하게 마감을 지키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다고, 이 경험이 나중에 도움이 되겠지. 마인트 컨트롤 하는 편이에요. 완벽하지 않은 작가인 저에게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완벽하려는 강박보단 마감을 지키는 성실함이 저를 더 성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5

@728ye 솔직하게요. 아주 많아요. 두렵고 무서울 때도 많습니다. 나의 내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 뿐 아니라 작가를 그의 책으로 판단하는 독자들을 간혹 만납니다. 공개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무례하거나 위협적인 독자들도 만난 적 있고요. 그래서 독자들과 학인들을 대하는 원칙 중 하나는 '사적인 만남은 가지지 않는다'입니다. 북토크나 수업에서 독자들을 만날 땐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충실하게 보내려고 해요. 이후의 시간에는 제 일상과 삶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오히려 첫책부터 저를 지켜보고 지지해준 오랜 독자님들과는 조용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삶을 지나치게 침범하지도 않고요. 때때로 작가와의 만남이나 수업에서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지요. 그간 독자님들의 달라진 삶들 저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어요. 책으로 대화하다가 오랜만에 만나도 기쁜 사이랄까요. 언제 어디서든 잘 지내기를 응원하는 사이랄까요.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 존중과 지지가 깃든 조용하지만 견고한 관계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작가에게도 자기자신을 지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뽜밹렄딬 ·
2023/11/25

공개적으로 쓰라고 하셨는데 거듭된 퇴고로 완성할 수 있는 글의 완성도를 100%라고 한다면 작가님은 보통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하고 글을 올리시나요? 몇 번 읽고 고친 후 괜찮겠다 싶어 올린 글에서도 나중에 다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오타는 물론 논리적 오류나 비문을 발견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어휘의 적절성까지 고려하다 보면 파레르곤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상적으로 접근해서는 글의 완성이 불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특히 퇴고를 할수록 글의 품질이 올라가는 것에 비해 드는 시간의 효율이 떨어져서, 의뢰 받은 데드라인에 맞춰 강제로 글쓰기를 멈추면 되는 기성 작가들에 비해, 자발적으로 쓰는 글은 마무리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

최서우 ·
2023/11/25

글이 형식에 맞춰서 써져야 된다고 보시는지요? 형식에 맞추다보면 딱딱해지고 틀에 박혀서 생기를 잃게 되는 느낌입니다. 정성을 다해 마음으로 썻다고 하지만 진심이 안느껴진다는 평 을 받을때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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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정말 글이 안 써질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소영 ·
2023/11/24

글의 첫 문장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마무리입니다. 그래서인지 습작 노트를 보면 제대로 끝맺지 못한 글들이 많습니다. 끝까지 완성한 글들도 마무리가 흡족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요. 마지막 단락을 남겨두고 오랫동안 글 한 편을 곱씹다보면 내 생각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답답한 마음이 들곤 해요. 작가님은 어떠신가요? 여운이 남는 글을 쓰시는 작가님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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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좋은 에세이를 쓰고 싶은데, 표현이 넘 식상한 표현만 나와요. 애써 그런 표현을 생각하다 보면 지쳐서 마무리를 맺지 못할 때도 있고요. 🥲

또 에세이를 쓸 때면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넘 생각하게 되어요. 작가님은 이런 부분을 고민하신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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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해외살이 중입니다.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쓰기 강의를 듣고 싶은데, 온라인으로 들을만한 강의추천부탁드립니다. 온라인의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부족한 제가 시행착오 없이 출발점을 찾는 건 어려워 부탁드립니다. 출발점이 될 만한 키워드나 포인트를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일종의 글쓰기 관련 콘텐츠 큐레이팅을 부탁드려 봅니다.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4

@노영식 작가의 글쓰기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제가 쓰는 글들은 대체로 구체적인 경험을 에피소드 삼아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기에, 불현듯 영감이 찾아와서 글을 쓰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아마도 구상과 퇴고를 오래하는 작가이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에세이든 소설이든,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야기'는 작가가 어떻게 서사를 만들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불현듯 찾아온 영감은 짧은 메모들로 기록을 해두고요. 그런 메모들을 글감 삼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득하게 생각해보는 편입니다. 글쓰기 전에 기획과 구성, 생각정리를 아주 오래해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단상보다는 불현듯 한 장면이 떠올라 사로잡혀서 그 장면으로부터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이야기를 생각하고 정리했을 때 만족스러운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영감이든 장면이든, 책상에만 앉아 있을 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세상을 관찰했을 때 찾아와요. 생각이 제자리걸음일 때도 마찬가지예요. 밖으로 나가 내내 걸으면서 사람들과 풍경을 관찰합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그럴 때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라는 마음이 가득차요.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4

@53times 꾸준한 기록이 쉽지 않죠. 당연히 어려워요. 저도 늘 밀린 일기를 몰아쓰면서 스스로 게으른 기록자라고 생각하거든요. 글쓰기의 가장 좋은 점은, 조금씩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특히 내 이야기를 쓰는 에세이는 더욱 그래요.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았을 때, 대체로 우리는 후회의 순간으로 돌아가요. 내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내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 몇 번이고 재현해보며 생각하죠. 고통과 우울, 슬픔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던 순간들이 많고요.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고 이해받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됩니다. 어떤 글을 써도 자꾸만 자꾸만 그때로 돌아가죠.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어떤 이야기든 내가 쓰고 싶은 만큼 써서 나아진 후에야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의 상황과 이후의 미래를 바꿀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나를 이해해볼 순 있죠. 그게 중요해요. 나를 발견하고 나를 마주보고 나를 이해해보는 글쓰기. 내가 나를 진정 받아들였을 때야 어제에서 눈을 돌려 내일을 바라볼 수 있어요. 저에겐 글쓰기가 그랬어요. 내 인생의 순간 순간을 매듭짓고 다시 새 매듭으로 이어가는 일. 그럴 때마다 이전엔 나에게 골몰해서 보이지 않았던 세계가 다시 보입니다. 삶에 좀더 다정하고 너그러워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요. 저는 그래서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내일을 기대하고 또 살아보고 싶어서요.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4

@qhrpwhf9c4 독서와 필사에 관한 질문들을 자주 받아요. 많이 읽으면 많이 따라 쓰면 내 글이 좋아질까. 제가 경험한 바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같아요. 다독은 언제나 좋습니다. 그런 한편, 독자님이 걱정하시는 무의식적 모방의 위험성과 두려움도 공감해요. 그래서 저도 한 작가의 책 한 권을 통째로 필사하는 일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난다면 필타로(타이핑으로) PC에 문장수집하는 기록은 추천해요. 나중에 글을 쓰다가 내가 전하고픈 메시지에 힘을 싣고 싶을 때, 책의 문장을 인용하면 좀 더 견고한 글이 되거든요. 이런 쓰임과 목적으로의 문장수집은 모방의 위험이 없어요. 

저도 학창시절에 책을 많이 읽긴 했지만, 오로지 즐거움에 편향된 독서를 했어요. 주로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을 읽었거든요. '반드시 읽어야할 필독서 100선' 같은 책들을 읽진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과 작가를 따라 읽다보면, 그 작가의 다른 책, 연관된 책들로 확장되는 독서를 했던 것 같아요. 혼자 글을 써보기도 하고요. 돌아보면 '좋아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자발적으로 글을 써봤던 경험이 지금 대중적인 글을 쓰는 저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오래 계속 읽고 쓰고 싶다면, 책읽기도 글쓰기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책들을 먼저 읽고 차차 장르와 깊이를 확장시켜보세요. 

혹여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모방할까봐 두렵다면 내 글쓰기 화두와 관련된 인문서나 철학서, 고전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한국 문학과는 다른 문체를 가진 다른 장르의 책들을 읽을 때, 사유가 확장될 거예요. 다른 분야의 책을 혼자 읽기 버겁다면 독서모임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저는 일부러 저와는 다른 시선을 가진 분들과 도전하기 어려운 책을 읽으며 독서모임들에 참여하고 있어요. 책을 매개로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대화가 즐겁답니다. 분명, 흥미로운 공부가 될 거예요.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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