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쎄트 ·
2023/04/03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 

[합평]

나라는 그릇에 담긴 것을 생각이라고 표현하며 이 '생각'에 대해 무척 집착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내가 알던 것과 연결지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더해가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 자라서 아주 분명하고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이 완성되어 가는 것을 봅니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인지, 상대적으로 감정과 공감능력이 부족해 보였던
스스로가 다른 사람의 아픔에 폭풍 눈물을 흘리며 변화되는 모습에 '자란다'라는 표현을 적어주신 것을 보며, 독특한 캐릭은 지금도 진화중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멋준님은 사랑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다는 것은 관계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그만큼의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하죠. 설레임과 기쁨이 상처와 아픔으로 변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상처를 받지 않기위해 관계에 있어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업이 아닌 임시 휴업' 이라는 말을 쓰신 것을 보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 사람 이거 보통ㄴ 아니네' 라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부모님과 함께 자라오면서 가끔씩 자아의 혼란을 느끼고 왔다갔다하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해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환경에서 자라온 것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 과정의 밑거름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재미있고 신선한 캐릭이라는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각자 부산/울산으로 어긋나면서 훈훈한 실물을 볼 기회를 놓쳤던 과거의 한 시점에 문득 아쉬움을 느낍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청자몽 ·
2023/04/03

[나]를 보며 머그잔을 떠올린다니!
한줄 시를 본 것 같이 신박합니다. 나는 뭘 담은 사람인지.. 덕분에 생각해보고 갑니다. 멋준님이 진짜 한 멋짐 하셨어요 ^^b

나는 얼마만큼에  잔에 크기를 갖고있는걸까?/ 또 누구나 잔에 크기가 정해져있는걸까??
가끔 이런생각은 해봣었는데

얼룩커
·
2023/04/02

나를 마그잔에 비유 하다니~~
제목에서부터 자꾸만 머무르게 합니다^^

[합평]

난데없는 머그잔이 제목에 등장해서, 이건 뭐지 했거든요. 근데 '나'라는 글자가 머그잔처럼 보일 줄이야!! 역시 오래 관찰하고 사유하는 건 배신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앞으로 글감을 크게 써서 붙여놓고 째려보겠어요! 저번 글에서는 '쉼'이라는 글자의 뜻으로 남다른 통찰을 보이시더니, 이번에는 글자 생김으로 색다른 시선을 보여주시네요. 아 부럽습니다.

'나'라는 머그잔에 담길 것으로 생각을 꼽아주셨어요. '나'를 설명하면서 누군가의 '나' 혹은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정체성으로서의 '나'를 보여줄 수도 있는데, 내가 담고 있는 생각을 드러냄으로써 나를 설명한다는 게 무척 흥미롭고 의미 있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를 설명하면서,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면서 힘겨웠던 경험들을 소개하시더라고요. 또 그걸 이해해나가는 스스로를 바라보기까지. 글 후반에 말씀하신 '나'라는 사람을 바라보며 즐기는 '나'가 느껴졌어요. 

전혀 다른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모순된 듯한 두 모습을 모두 갖고 태어난 나를 이해하려 애쓰는 나. 그런 나를 사랑하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나. 그런 나를 드러내고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또 어딘가에 숨어있을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나. 다양한 나를 읽으면서 글쓴이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온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또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으면서도 또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이 대단하다 느껴지기도 했고요. 결국 그 모든 건 나를 사랑하는 '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도 생각이 많고, 제 자신을 엄한 데 떨궈놓고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는 '나'를 지켜보기도 하는 사람이라서, 이 글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이 갔어요. 특히 마지막 단락에서 말씀하신 스스로 재밌고, 의심하면서도 믿고, 눈치 보지 않는 듯하지만 누구보다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는 대목에서는, 너무나 저라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결코 '나'를 놓지 않는 글쓴이의 모습이 무척 단단해 보였어요. 그 단단한 '나'에서 나온 단단한 글 잘 봤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합평이에요. 많이 바쁘신데도 꾸준히 끝까지 놓지 않고 얼에모 따라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무쪼록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셔서, 글에 대한 열정을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얼에모는 끝나지만 앞으로도 멋준님의 에세이를 자주 볼 수 있기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