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징저 너무 따뜻한 말씀에 일단 위로를 크게 받았다 고백하여요. 진심처럼 정직한 마음이 없다 점점 여기는 저랍니다. 지나간 것이 쉽게 잊히는 작금의 시절에 말이지요. 그 옛날 고슴도치를 읽었다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저는 감 격인데 팬이라 해주시니 그 시집이 처음 나왔던 그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버려져도 어쩔 수 없다는 용기가 가득했던 때라지요. 물론 외롭기도 했고요. 계속 이렇게 쓰며 나아가도 되는가. 출판사를 운영하는 지금의 저는 그때의 제 마음으로 어딘가 종이의 가장자리, 그 모서리에 있을 수도 있을 시인들을 찾고 그들의 지붕이 되어보자 결심한 바 조금은 있는 듯해요. 활자라는 스프링을 달고 사방팔방 눈치보는 일 없이 펄쩍펄쩍 뛰는 천진하고 무구한 시인들의 뒤꽁무니를 좇자 하는 일이 정말 즐겁더라고요. 돈을 우선에 두는 사람이 못 되어 회사의 살림을 사는 일은 너무 어렵지만 그럼에도 저는 저 좋은 것을 우선에 두어요. 그 좋은 것을 더 좋아해줄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제 곁에서 지지해줄 거란 착각을 믿음 삼아서요. 이렇게 쓰고 보니 저 무지 행복한 사람 같네요.

걸어본다 시리즈는 계속 나오나요? 엄청 팬인데요

출판인으로서 현재의 등단 제도에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최근에 sns에서 적극적 활동을 하던 시인이 문학상을 받으니 대우(?)가 달라지는 거 같아요. 당연한 걸까요? 

시를 읽고 쓴다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나처럼 욕심많고 못된 인간에게 시가 가당키나 할까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시를 읽는 태도는 다른 책이나 글을 읽는 것과는 또 약간 다른 결로 느껴집니다. 시가 점점 사라지고 일상에서 멀어져 간다는 건 세상이 그만큼 달라지고 빠르게 나빠진다는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마음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어느 순간 좋은 시를 만나게 되면, 하염없이 무너지거나, 고양되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에게 시란 여전히 무엇이어야 할지 김민정 시인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좋은 시를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본인등판 1일 차 포인트 당첨자 발표>

김민정 시인이 선정한 '좋은 질문'은 @박혜지 님의 질문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1/31) 5000포인트를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좋은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도록 관심 갖고 살펴봐 주신 얼룩커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첨자 선정은 오늘과 내일도 계속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출판 트렌드가 궁금합니다. 에세이,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에 많이 올라오는데요. 지나치게 위로만 하는 에세이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출판인으로서 시인님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박혜지 네네 시에 대한 많은 고민 속에 직접 쓰기도 많이 하시는 듯해요. 그런 뉘앙스의 질문 같기도 했네요. 다양한 시집을 읽는 일로 시의 다채로움을 목격하는 주체로 서 있는 일을 기본으로 하고 계시는 듯하니 저는 쓰는 면에 있어서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요, 저는 일단 시가 안 되었을 적에 시로 갈피를 못 잡았을 적에 제 문장 쓰기의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한 문장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내가 쓰고 내가 한참 쳐다보는 거지요. 물론 어떤 주제를 고민하고 있는 와중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담아내는 그릇도 제각각 달라져야 함이 맞으니까요. 지금 내 관심사가 조사에 있는지, 부사에 있는지, 형용사에 있는지, 문장부호에 있는지, 저는 돋보기를 더더욱 저에게 가까이 대지요. 나를 알아야 나를 쓸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나를 훑음으로부터 탈탈 두 손을 털게 되면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지요. 거리감을 확 두지요. 내가 나를 모르면 불안해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데 내가 나를 알면 안도하며 훌쩍 떨어질 수 있는 거잖아요. 내가 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적에 내가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하지요. 자아가 강하셔야 해요. 강하지 못한 자아로는 비스킷도 깨물 수가 없어요. 깨물어야 맛을 알고 깨물어야 허기가 채워지고 깨물어야 이가 운동하고 깨물어야 침이 고이지요. 오늘 내가 붙들고 있는 오늘의 내가 누구인가, 나를 더 똑똑 두드려보셔요! 

@자흔 네 말씀하신 그 예를 기사로 접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모든 심사 과정에 제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니 모든 케이스를 두고 확신하여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제가 심사에 참여한 과정이거나 제가 편집자로 심사 과정을 지켜봤던 상황으로 보건대 공정함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가 차고 들어올 자리가 전혀 없다 싶습니다. 그건 시인의 양심을 시심처럼 걸고 하는 일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장문장 네네 작가의 인세는 대략 10퍼센트 안에서 이뤄지지요. 인세로 생활을 사는 작가들은 정말 손에 꼽지요. 출판 조건에 있어 그 퍼센트를 조금 움직인다 한들 저는 지금과 아주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출판 환경 자체가 워낙에 열악한 탓에요. 와중에 저는 누가 등을 떠밀었으면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서 제가 미쳐서 뛰어들었기에 곤궁한 생활 속 발버둥을 감수했던 것도 같아요. 내가 책을 팔아 먹고살 수 없는 작가라는 것을 알기에 저는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든 것도 맞아요. 저는 제 글을 누가 읽어줄까 독자를 먼저 염두하기 전에 제가 쓰지 않고는 못 배겼기 때문에 쓰는 자유를 가지는 반면에 생활의 책임을 한데 졌던 것 같아요. 출판사와 작가의 공존이라 하면 지금 나름의 보이지 않는 균형으로 어떻게든 합을 맞춰가고 있다고 보여지기도 해요. 팔리는 작가가 있어 출판사는 그의 힘으로 보다 많은 덜 팔리는 작가들의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여력도 갖추게 되니까요. 너무 어렵다보니 저는 요즘 백지에 활자가 찍혀 책이 되는 이 과정이 기적과도 같다 느껴요. 얼어붙은 출판경기에 졸아붙은 편집자와 시인의 마음이랄까요.

@헤르츠 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걸 떠나서 그 시가 나한테 어떤 존재인가. 저는 시를 어떤 필요에 의한 존재로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태보자면 제가 좋아 시에 먼저 다가갔고, 그 다가감에 대한 후회가 여지껏 들지 않았다는 정도의 자부일까요. 목적이 없는 존재이기에 저는 시에 한층 더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만 저에게 시는 호사로운 취미는 아니임은 분명하고요. 저에게 시는 삶의 방향을 가끔 헤맬 때 바람이거나 별이거나 꽃이거나 파도이거나 하는 자연으로 분해 몸으로 궁리하게끔 앞서 움직여주는 존재 같다는 생각은 해요. 하여 넘어져도 덜 아프게 하거나 헤매도 덜 어지럽게 하는 설명이 불가한 어떤 있음 같은 거랄까요. 특히나 저는 시라는 형식의 생겨먹음에 딱 무릎 꿇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시마다 누릴 수 있는 형태의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제게 대체불가의 존재가 되기도 하나봅니다.

소설은 웹 소설 플랫폼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었고, 비문학 글들은 정보 단위로 쪼개져 pdf 책, 뉴스레터 등의 판매처를 확보해 나름의 수익 생태계를 찾았습니다. 시문학은 아직 이런 생태계를 발견하지 못한 채 종이책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시가 이런 플랫폼과 만나 새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포맷의 한계로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시나요? 혹은 그런 플랫폼과의 만남이 시라는 장르의 근본을 흔들기 때문에 지금의 포지션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울러 제가 모르던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면 소개해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 

@노영식 

1. 비속어를 제가 참 눈치 안 보고 튀어나오는 족족 그 자리에 시라는 자리에 그대로 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뭔가 그 친구들이 필요한 자리다 할 적에 절로 쏟아진다 할 적에 그건 자연이더라고요. 스스로 그러함이요. 누구나 글을 쓸 테고 그 누군가는 시를 쓸 테고 누구나 저마다 쓰는 비속어가 있을 테고 그 누군가는 시에 비속어가 어울리기도 할 겁니다. 그 어울림에 있어 문장의 말이 되는 탄력은 쓰는 자가 가장 잘 알 것입니다. 이왕이면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이 멋 아니겠어요. 일단 비속어보다는 나의 생김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 하겠지요.

2. 시집 시장은 여전히 쉽지만은 않습니다. 기업인 팬심의 스폰서는 들어본 적도 경험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네요. 

3. 네 늘 블랙을 즐겨 차리고는 했는데 세번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후 제 컬러에도 자유분방함을 입었어요. 아무래도 문학동네시인선을 론칭시키면서 컬러에 더욱 밀착하다보니 생긴 변화 같기도 하여요. 컬러도 공부이고 컬러도 용기이더라고요.

4. 아 그 이벤트를 기억해요. 그런데 저희 내부에 어떤 노하우가 있다기보다 집요하게 눈이 깊은 독자분들이 정말 계신 것 같아요. 정신을 차리고 교정과 교열에 임해야겠다 그런 이벤트 후에 제 마음의 가짐이란 늘 그런 다짐 같아요. 

@muruybi 에고 축하도 걱정도 해주심에 감사드려요. 제가 워낙 SNS로 호들갑을 떨어서 더 그렇게 보인 모양이어요. 자중을 어여 배워야 할 텐데 말이어요. 저는 사실 쉬는 삶과 일하는 삶의 구분을 따로 못 하고 살아왔어요. 일을 놓고 여행이라도 가려고 하면 가방 가득 교정지부터 챙기더라고요. 놓고 가려면 일종의 죄책감도 큰 거예요. 하여 저는 일과 쉼의 구분을 따로 두지도 않고요 잘 섞는 듯해요. 그때그때 그래서 다 다른 양상 같아요. 일도 쉼도 일단 마음이 우선인 터라 그때그때 내 마음이 편한 것을 좇는 듯하고요. 근데 집을 좋아하는 것이 일과 쉼을 동시에 행할 수 있는 기틀인 것 같긴 해요. 요런 재미가 제게 없어 말씀을 충분히 드리지 못함이 죄송하네요^^

@K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휴대폰으로 시를 읽을 때는 속도가 빨라서 단어나 제목은 순간적으로 몸에 이입이 되는데 오래 기억이 나거나 쓰느 데 있어 어떤 잔상은 확실히 종이로 시를 읽을 때가 확실히 깊은 에너지를 심어주더라고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자주 더 쉽게 손에 쥐다보니 저는 시를 쓰는 일도 왕왕 휴대폰을 사용해요. 다만 반드시 문서로 옮겨 출력을 해서 보는 과정을 거친답니다. 그렇게 읽으면 거친 제가 보여요. 거기서부터 새로 시작하지요. 시작메모 수첩으로 활용하기에 휴대폰이 저에게는 가장 적합한 도구 같기도 하답니다.

읽는 취미가 있는 취준생입니다.책을 읽는 게 좋아요. 그런데 그러고 있으면 쉽게 조급해집니다. 먹고 살 걱정만 아니라면 더 많이 읽을 텐데 항상 아쉽습니다.

예스24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보니 "“넌 그렇게 생각해. 나는 내가 만든 게 좋아”라고 외치는 시인"이시더군요. 주변의 방해를 멋지게 제압하는 분 같아 여쭙습니다.

시인님께선 좋아하는데 '먹고사니즘'이 방해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먹고사니즘'을 제압하는 비결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