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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문학을 공부하며 대학을 다닐때 마음이 맞는 친구들 몇이 모여 잡지를 만들어 내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와 글쓰기를 마음껏 해보고 싶었던 셈이지요. 서로가 작가인 동시에 에디터가 되어 우당탕탕 일을 벌여나갔습니다. 일을 진행해나갈수록 글쓰고 창작하는 고통보다, 매체 하나를 직접 만들어내야하는 고단함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됐습니다. 출판은 글쓰기 노동인 동시에 돈이 드는 산업이기도 하더군요. 실물 출판으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너무나 지난해 결국 포기하고, 어찌어찌 노력해 웹진 형태로 내게 되었지만, 우리끼리만 돌려보고 처참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기성의 매체들과 큰 출판사의 눈에 띄어 작가가 되거나 에디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맨땅에서 스스로 해보려는 후배들이 길을 나서기 전에 준비해야 할 태도나 자세, 혹은 준비운동, 맞아두어야 할 예방주사가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겠어요? 질문할 기회 주셔 감사합니다. 

김윤정 ·
2023/12/28

안녕하세요. 에디터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혹은 자주, 계속하는(노력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꾸준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거나 등등이요. 에디터라는 직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과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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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7

누군가 에디터는 어떤 글의 첫 독자인 동시에 마지막 점을 찍는 작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에디터는 메타적인 영역에서 글쓰기와 읽기에 관여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가장 큰 긴장과 예민한 감각을 가져야 하는 일 같은데요. 작가의 의도나 고집 그리고 독자의 기호와 호흡 사이에서 텍스트를 정리하고 마름질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글을 수정하고 교열하는 실무적인 편집일과 잡지 혹은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하고 작가를 섭외하고 들어온 글을 매만져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종합적인 에디팅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에디터는 텍스트의 어느 선까지 개입할 수 있는 것일까요? 한 편의 글이나 잘 만들어진 책을 놓고 본다면 작가의 공과 에디팅의 노력 비중은 어느 정도로 배분될지도 궁금합니다.      

최혜진 인증된 계정 ·
2023/12/30

안녕하세요, @smy7918 님. 내 콘텐츠가 과연 유용할까, 내 감각이 통할까 등의 자문은 요즘도 자주 합니다. 확신 같은 것은 가져본 적이 거의 없어요. 후후.. 두려움과 떨림을 뚫고 하는 거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도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두렵고 떨리고 모호하고 불확실하다는 건 내가 뭔가 새로운 걸 만드는 중인가 보다'라고요. 나도 이미 알고, 익숙한 무언가를 만든다면 아마 같은 감정이 느껴지진 않을 테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저는 의심, 떨림, 불안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답니다. 아무래도 대학생이시라면 포트폴리오에 채울 내용이 많진 않을 텐데요, 저라면 '경험에 대한 자기 의미화'를  얼마나 했는지 살필 것 같아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배운 점이 무엇인지, 업그레이드된 스킬이 무엇인지 정리할 수 있다면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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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작가님 안녕하세요, 에디터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겨 휴학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고 있는 대학생 입니다. 현재 제 포트폴리오는 “에디터쉽”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8개월 정도 이끌어 본 경험과 제 개인 브런치에 발행한 글들 정도가 있습니다. 

 혼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다보니, 제가 선택한 주제와 이 주제를 가지고 스스로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한번씩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내가 궁금해서 쓴 글들이 과연 유용한가, 내 감각들은 타당한가와 같은 생각들요. 그래서 작가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은 작가님의 시선, 감각을 어떻게 확신하시는지, 혹은 의문이 들 땐 어떻게 헤쳐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에디팅에 대해 확실하게 개념이 잡힌 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런 개념들을 활용해서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습니다.그래서 작가님이 고용자 입장에 놓여져 있다고 가정했을 때 "괜찮다"라고 생각이 드는 포트폴리오는 어떤 걸 담고 있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작가님 <에디토리얼 띵킹> 정말 잘 읽었습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드리고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최혜진 인증된 계정 ·
2023/12/28

@윤지연 님, 안녕하세요. 웹진 발행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그 과정을 밟아보신 것으로도 분명 배우신 것이 있으리라 짐작해요. 기성 매체의 선택을 받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루트를 뚫어내는 창작자분들도 분명 계시지요. (얼마 전 얼룩소 AMA를 진행하신 이슬아 작가님이 대표적 사례 같아요!) 저는 기성 산업에 속하든 그렇지 않든 독자들에게 각인될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엄청나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잡지가 워낙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거리감이 적은 매체이다 보니 '오, 재밌네.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을 갖기 쉬워요. 하지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뛰어들기엔 (대부분의 산업이 그렇듯) 출판/콘텐트 업계는 결코 만만치 않은 필드예요.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드는 사람은 지난한 노동을 감당해야만 하죠. 그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이 업계에 뛰어든다면 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거예요. 잡지형 콘텐츠는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만, 그걸 만드는 에디터는 절실함과 긴장감을 품고 일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원은지 인증된 계정 ·
2023/12/27

질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디터님. 

'나쁜 기억'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이 떠올랐습니다. 분노와 불쾌함, 답답함... 그런 감정을 잠깐 느낀 후 곧바로 뭉클함과 감동, 고마움이 느껴졌어요. 나쁜 기억을 좋은 감정으로 채워준 친구들이 생각나서요.

"책을 읽고 논문을 쓰다가 종종 멈춰서 우리가 함께 보낸 더운 여름날들을 떠올리곤 한답니다. 한 땐 떠올리기만 해도 숨이 막히고 시야가 아득해지던 일들이, 은지님과 만나 이야기 나누고 함께 머리를 맞대며 제법 견딜 만하고 때론 웃어넘길 수도 있는 그런 일들이 되었어요."

디지털 성범죄 중 '지인능욕'이라는 범죄가 있는데, 성적으로 합성한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하고 피해자를 스토킹하는 성범죄입니다. 그 범죄 피해자로부터 연말에 받은 편지 일부입니다. 올해 '지인능욕'이란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요. 잘 안된 것 같아요. 그래서 편지를 써 준 친구를 볼 면목이 없었어요. 먼저 연락하기 어렵더라고요.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고 함께 머리 싸매며 범인을 추리고 피해자의 이야기를 인터뷰하던 올해 여름. 그 날들을 '킹받음'과 아쉬움, 답답함으로 기억할 뻔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편집하기 완료! 나쁜 기억은 함께 짐을 나눈 친구의 존재만으로도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단 걸 배웁니다.

(참, 얼룩소에 '루마'를 검색하면 친구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요!)

최혜진 인증된 계정 ·
2023/12/28

@muruybi 님, 안녕하세요. 저는 저만의 아카이브 만들기에 진심이랍니다. :)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문장을 일일이 타이핑해서 하나의 문서에 모으는데요. 제 책에 쓰인 인용문들은 모두 이 파일에서 건져낸 것들이에요. 예전에 한참 패션지 에디터로 일할 땐 시각 자료 레퍼런스를 아카이브하는 폴더링 시스템을 고안하기도 했고요. 정리하자면 외부의 인풋을 '다시 꺼내어 쓸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버릇'이 작업할 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최혜진 인증된 계정 ·
2023/12/28

@노영식 그런 의도셨군요. 하지만 제 답은 동일합니다. 양자택일 프레임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 제 성향이거든요. 원하시는 답은 아니겠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솔직한 답은 이것입니다. 

케이란 ·
2023/12/28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에디터는 정말 필요한 일이고, 점점 어려워지는 일인 것 같습니다.
'현재 유행되고 있거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 과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또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해 알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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