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oo ·
2023/12/15

루시드폴님의 글과 답변글들을 읽고 어제 잠들기전에 Being-with를 들었습니다. 비오는 밤, 제주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편안한 밤이었습니다. 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루시드폴 인증된 계정 ·
2023/12/15

@황다은 감사합니다. 다은님도 좋은 글 쓰시기를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

루시드폴 인증된 계정 ·
2023/12/15

@v38317v 님 안녕하세요! 오늘의 질문으로 꼽아놓고 답변이 제일 늦었습니다. 오전 일찍 부터 연습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어요.
1) 분노가 어디를 향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봅니다. 나에 대한, 그리고 사소한 - 사변적인 분노는 제 경험상, 그리 제 생에 중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한 템포 지나고 나면, 금세 사그라들 기도 하더라구요.(그럼에도 문득문득 불쑥불쑥 무언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ㅎ) 타인 혹은 타자에 대한 누군가의 폭력이나 혐오 혹은 부조리에 대한 분노라면, 그 분노를 어떻게든 승화시킬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음악이 되는데요. '주제화' 시킨다는 의미라기 보다, 제 안에 차곡차곡 쌓아 비료로 삼아두다 보면, 언젠가, 분명, 창조적인 형태로 다시 나타난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혹은 그 분노의 원인을, 아주 사소한 수준일지라도 감쇄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찾아보고, '실천'하려 노력해봅니다. 이를테면 투표일 수도 있고, 기부나 후원일 수도 있고 하다못해 인스타에서 좋아요를 누름으로서 '공감'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2) 글세요... 호기심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그 호기심이란, 배우고 싶다는 호기심,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이라기 보다, 저 같은 경우는, 내가 현지인에게 그들의 말을 쓸 때, 그들은 어떻게 마음을 열까. 얼마나 우리는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런 '공감'에 대한 호기심에 더 가깝습니다. 얼마전 어떤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포르투갈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한 분과 몇 마디만 했을 뿐인데, 너무나 놀라고 신기해하면서 제 주변으로 포르투갈 분들이 다 모여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몇 마디 서로 나누다 보면, 다른 방식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어떤 '벽'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립니다. 저는 그런 순간이 너무 좋고요. 또 하나는, '영어' 지상주의에 대한 삐딱함 뭐 이런 것도 있습니다. ㅎ 영어가 '기본값'이 되는 듯 사고하고 행동하는 분들을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내외국인 막론하고요.
3) 루틴은 앞서 제가 적은 답변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4) '경험을 경험하는' 길. 섣불리 단정짓거나 내가 알고 경험한 얄팍한 선지식에 기대 판단하지 않고, 말 그대로 '판단중지'하고 사물이나 사태를 바라보려는 연습,이 아닐까 합니다. 총론만 말하자면요.
5) 소울메이트이자 바디메이트
6) 나의, 너무도 소중한, 하지만 읽을 수 없는 책 한 권. ^^
7) 하나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늙어가는 것이고, 그건 모든 생명에 똑같이 해당되는 것이니까요. 다만 함께 하는 순간 동안, 최대한 기꺼이 그리고 열렬히 사랑하고 할 수 있는 한 온몸과 마음을 다해 아껴주다가, 때가 되면 헤어지는 것.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역시나 행복하게 함께 지냈습니다.^^
8) 언젠가 갈 수 있겠지요? 뭐.. 안 가보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소중한 것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쿨럭)
9) 음.. 그럴 때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저는 새벽부터 오전 10시 경까지 제 마음 혹은 감정이 '열리는' 시간이라, 그때 듣는 음악, 그때 읽는 책은 강도가 아주 다르게 저에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잘 이용하려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프로 음악인이다 보니 '학습'하는 모드로 접근하면서 분석하고 참고하며 듣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확실히 예전보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해요. 음악이 너어어무 많고, 너어어무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엘피나 테이프처럼 불편한 매체로, 음악을 들으려 '속도조절'을 하는 초식을 쓰기도 합니다. ㅎ
10) 내일과 모레 엘지아트센터로 오셔도 되고요. ^^ 12/21부터 1/7까지 정동의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전시회를 가집니다. 제가 한 세 번 쯤... 그곳에서 뭔가를 할 생각이에요. 12/23일에는 북토크를 조금 더 소규모로 할 예정이고요 (알라딘에 가시면 이벤트 링크가 있습니다.) 이건 비밀인데.... 흠.. 12/27에는 아아주 놀라운 방식의 음감회를... 준비중입니다. 엄청 (웃을 혹은 감동할)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루시드폴 인증된 계정 ·
2023/12/15

@랭랭 님 안녕하세요! 돌문화공원 공연에 오셨던 분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저도 머지 않은 시기에 꼭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분명 기회가 있겠지요.^^
하루 일과 중 루틴이라면.. 새벽 일찍 (세시 반에서 네시 쯤) 일어나서 차를 마시는 것. 근 몇 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루틴(이라면 루틴)입니다. 
요즘 듣는 음악은, 이 앞의 분께 드린 답장에 제가 자세히 적어놓았습니다. 한 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읽고 있는 책은.. 최근에 <미야자와 겐지의 문장들>을 읽었고 (매우 감명 깊게), 요즘에는 메를로 퐁티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만 공연, 책, 음반 일 때문에 시간이 너무 없어요. ㅠ). 영화는 최근에 본 영화(라고 해봤자 몇 달 전이겠습니다만)는 '사랑하는 당신에게'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보았는데 두 편다 아주 강렬하진 않았어요.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마음에 깊이 남은 영화는 역시 '수라'와 '페르시아어 수업' 두 편입니다. '수라'를 보고는 너무 큰 감동을 받아서 이번 책의 한 꼭지 - 비단에 수를 놓듯 - 를 쓸 정도였으니까요.
MBTI는 INFJ입니다.
둘 중 하나라.. 글세요. 그때그때 다르겠지요? :) 저는 둘 다 가까이 품고 살고 싶고 또 그러고 있는 터라. ^^
저의 낙은,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것. 아내, 반려견 보현과 함께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 귤나무를 보살피고 과수원을 드나드는 수많은 이들을 느끼는 것. 크게 생각나는 건 그 정도 입니다.

황다은 인증된 계정 ·
2023/12/15

@루시드폴 글쓰기에 대한 세심하고 상세한 답 감사해요! 후회와 자책없이 자신이 쓴 글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 또한 제가 작가가 맞을까 늘 의심하면서 글을 씁니다.^^;; 그래도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는 건 저를 통과해서 나오는 글은 어디에도 없을테니 글이 저를 통과해서 세상으로 온전히 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두고 쓸고 닦아야겠다, 그 마음으로 갑니다. 루시드폴님의 글 또한 루시드폴님의 삶을 통과해서 나온 유일무이한 글이니 계속해서 써주세요^^ 책이 하나의 건물이라면, 누군가는 구조와 디자인에 관심이 있고, 누군가는 벽돌이냐 황토흙이냐 자재가 궁금하고, 누군가는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중요하고, 누군가는 건물 안에 누가 입주해 사는지 먼저 물어볼 거에요. 문장 보다는 그 너머의 사람과 태도, 마음이 중요하시다는 말씀도 오래 머금고 싶습니다. 어떤 집을 짓든 그곳에서 루시드폴님만의 고유한 온기와 정서가 깃들어 살 거 같아요. ’소리‘가 음악으로 흐르고, 귤 향기도 감돌고 있겠죠^^ 그러니, 부디 글을 계속 써주세요!

루시드폴 인증된 계정 ·
2023/12/15

@wowopopo 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빼먹었군요. 반려견 보현, 아내와 같이 (애견동반이 되는) 카페에서, 멋진 커피를 마실 때 입니다.^^ 제 취향의 커피 - 산미가 조금 있고, 과일향이 풍성한 커피 - 를 마실 때 정말 행복합니다.

alookso콘텐츠 인증된 계정 ·
2023/12/15

12월 14일 선정된 질문자는 @v38317v 님입니다. 
포인트 5000원은 12월 20일 지급됩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루시드폴 인증된 계정 ·
2023/12/15

@eun00 님 안녕하세요! 섬세하게 살펴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 종이는 저희 편집자님께서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ㅠ 골라주신 종이들입니다. 색깔, 질감, 원료 모든 것을요. (그래서 단가가 엄청 올라갔고 제작 기간도 오래 걸리다는 후일담을 들었습니다.. ㅠ) eun00님처럼 이렇게 세심하게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편집자님들이 너무 기뻐서 붕붕 날아다니실 거에요. ^^ 책은.... 책은.... ㅠㅠ 네... 일단 이번 책을 낳은 산고가 아직 가시지 않은 터라... 나중에 또 얘기하.. (쿨럭)

루시드폴 인증된 계정 ·
2023/12/15

@wowopopo 님 안녕하세요! 어서 제 책이 빨리 님께 닿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음악은 이번 제 앨범에 실린 한 시간 짜리 곡 ㅎㅎ <Transcendence>입니다. 틀어놓고 있으면 미스트를 뿌리는 것 같아서 좋아요. 잘 만들었구나, (그 어려운 걸 ) 내가 해냈네, 그런 칭찬도 스스로에게 해주면서요. 이런 시즌이 없으면 음악하는 사람은 계속  이일을 해나갈 수 없거든요. 
제 노래 말고는, Svaneborg Kardyb 음악 자주 듣게 되고요. Kate Walsh 노래도 이상하게 자주 듣게 되고... 얼마 전에는 Lori Cullen & Drew Jurecka의 Anymore or anyless를 듣고 감탄을 했습니다. 이 곡은, 굳이 말하면 포크 계열 곡인데요. 많은 분들은 포크를 매우 듣기 편한 장르라고 생각하시지만 저는 포크야 말로 가장 듣기 싫은 (힘든) 장르의 음악이 되기 쉬운 - 그러므로 매우 '위험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클리쉐를 따라가는 경우가 너무 많고 그래서 지루하거나 새로움이 결여되기 쉬운 장르이기 때문이고요. '아, 못 듣겠어' 하는 반응을 일으키기 쉽다고 저는 보거든요. anymore or anyless를 들으면서, 그래! 이래야지! 하고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루시드폴 인증된 계정 ·
2023/12/15

@황다은 님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사실 '글쓰기'에 대해 뚜렷한 관을 정리해본 적이 (부끄럽지만) 없습니다. 이번 책을 쓰면서 느낀 것은, 예상은 했지만 소리/음악에 대해 '글'을 쓰는 건 정말 어렵고 불가하고 고통스런 일이구나 (내가 왜 이런 책을 쓰겠다고 했을까.. ㅠ하는 후회와 더불어)가 지배적이었고요. 그러면서 점점 더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구나, 를 느꼈습니다. 후자의 원인은 두 가지 인데요. 하나는, 글은 음악과 달리 쓸수록 내가 '소진'되는 일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고요. 또 하나는, 글 혹은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흔히들 글에서 받는 감동 - 어떻게 이런 표현을! 혹은 이 문장 너무 아름답다! - 을 저는 거의 받지 못하는 편이에요. 글 자체, 보다 글 '너머'의 것 - 사람 혹은 태도 혹은 '마음'에 더 관심이 많고 또 그것에서 감동을 받는 편이라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지요. 답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ㅠ

더 보기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