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멀티두레박 한우물러… 너무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

@루나 
우왓! 친절한 답글 감사합니다! 창작욕은 자꾸 뭘 만들수록 더 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자꾸 자꾸 욕망을 키워서 욕망덩어리가 되어주세요! ㅎㅎ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도 기대하겠습니다!!

@katarina00 
카피라이터로 일하시면서도 만화나 시, 에세이처럼 '자율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뭐였나요? 게을러지고 싶은 순간에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셨나요?
: 저를 이루는 큰 욕망 2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창작용과 명예욕입니다. 달리 말하면 지껄임력과 나댐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는데요. 뭔가 표현하고 싶고 발산하고 싶은 욕망, 뭔가를 만들고 발표하고 싶은 욕망이 늘 바글바글한 사람이랍니다. 그런데 광고일로는 그걸 100% 채울 수가 없어서, 왜냐 자율성이 없고 개인 작업이 아니라 '내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결핍감을 느꼈답니다. 

그런 사람이 개인 창작을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것을 '덕질'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일이고 의무라고 생각했으면 그토록 열심히 못 했을 것 같아요. 순전히 좋아서 하는 일이고, 푹 빠져서 열중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지치지 않고 해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도 만화나 시에 있어서는 이걸 꾸역꾸역 해야 하는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내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로 남기려고 노력해요. 돈은 다른 데서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요. 그래서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억지로 하려고는 안 하는데 그럼에도 꾸준히 하게 되더라고요. 끝없이 창작 관종의 피가 끓어서...!

또 도전하고 싶은 직업이 있으신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 <루나의 전세역전>으로 서사를 쌓아가는 창작에 매력을 느꼈어요. 제가 쭉 만화를 그려오긴 했지만 대부분 한 편에 끝나는 시트콤적 구성이었거든요. 그런데 긴 호흡의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것이 짜릿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그런 흥미진진하고 쫀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데 또 소재를 일상이나 경험에서 찾자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픽션에 도전하고 싶어졌답니다. '루나'가 주인공이 아닌 제 3의 창작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만화의 형태가 될지, 글의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꿈을 꿔보고 있답니다. 

@spark_40 
역할은 많으나 아쉽게도 단 하나의 직장에서만 소득이 있는 사람을 칭하는 명칭을 지어주세요!
: 우선 'N롤원잡러'라는 말이 떠올랐고요. 다능인 같은 말처럼 '다역할인' 이라는 말도 생각하게 되네요. '멀티 두레박 한우물러'는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우물만 파지만 여러 두레박을 채워준다!

@us-cool 
카피라이터, 만화가, 시인의 직업을 가지고 계신데 그 중 작업과정에서 가장 즐겁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 조금 전에 어떤 직업이 가장 어려운지에 대해 쓰면서 능숙도를 떠올려 봤는데요. 카피라이팅이 제일 능숙하고, 만화가가 그 다음, 시는 아직 어렵다고 답변했는데 '즐거움'의 순위는 이것과도 또 다르네요. (저도 신기합니다.) 

저는 만화를 그릴 때 가장 즐겁습니다. 카피를 쓸 때는 아무래도 가이드라인이 많은 일이고, 논리가 총동원되는 작업이다 보니 두뇌풀가동 상태라 마냥 즐겁진 않고요. 시를 쓸 때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랄까, 과몰입의 피로가 조금 있답니다.

그에 비해 만화를 그릴 때는 여전히 즐겁고 신나요.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고, 발표했을 때 독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보니 거기에서 얻어지는 쾌감이 있습니다. '루나'라는 캐릭터를 2006년부터 그리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이 친구를 그리는 것이 재미나다니 저도 신기하네요. 

@유영진 
'3번 아님 4번인데' 그 광고를 기억해 주시다니! 만든 이로서 기쁩니다. 따뜻한 응원도 감사드리고요. 오랜 독자님과 다시 만나고 얼룩소에 기고하길 잘 했네요. 하하

@Sospcoco 
가장 반가운 제안은 무엇인가요?
: 저로서도 처음으로 생각해본 부분인데요! 부족해야 귀한 줄 아는 법인지. 카피라이팅이나 만화 의뢰는 자주 들어오는 편이라 그저 일상으로 느끼고요. 칼럼이나 에세이 의뢰도 흐뭇하지만 펄쩍 뛰며 환호하는 일까진 아니고... 아무래도 시 청탁이 들어오면 가장 기쁜 것 같습니다. 내 시를 발표할 지면이 있다니, 읽어줄 독자가 있다니 짜릿한 일이지요.

후속 신간이 궁금합니다. 시집이 나오나요?
: 오, 이 역시 생각해본 바가 없어 궁리해 보았는데요. 제 근작들을 살펴보니 2021년 에세이집, 2022년 시집, 2023년 카툰집의 순서였더라고요. 아무래도 한 지 오래된 일일수록 그리운 법인지 에세이집을 먼저 만들고 싶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시는 한 권을 채우는데 몇 년은 더 필요할 것 같고요. 지금 시 곳간이 텅 비어서 저로서도 다음 시집이 언제 나올지, 솔직히 낼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이쿠!

@괭이 
1. 여러가지 일을 하시다 보면 다른 일과 일정이 겹치거나 우선순위를 정하셔야 하는 일이 많으실텐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 프리랜서에게는 여러 일이 산발적으로 들어오는데 때에 따라 다 받지 못하고 거절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일을 받을 때의 기준은 '나라는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가?'와 '내가 재미를 느끼는가' 입니다. 이를테면 보수는 적지만 평소 좋아하던 방송에서 섭외가 들어온다면 그것은 수락합니다. 거기 나가는게 장기적으로 '루나파크'라는 브랜드에 보탬이 될 것이고 저에게도 재미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때로 평소 써오지도 않았고 개인적으로 호감도가 떨어지는 브랜드에서 콜라보 웹툰 작업을 의뢰한다면, 그 보수가 많더라도 수락하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 작업이 재미도 없고, 진정성도 없기 때문에 독자님들도 다 느끼시리라 생각하거든요. 

2. 쉬시는 날엔 보통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작가님만의 에너지 충전방법이 궁금합니다.
: 몇 년 전부터 생각한 건데 '놀다'와 '쉬다'가 다른데 제가 그걸 많이 혼동하더라고요. 단지 일을 안하고 다른 것을 하면, 말하자면 뮤지컬을 본다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거나 하면 '오늘은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더라고요. 물론 기분 개선에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지만 지친 영혼을 쉬게 하고 소모된 마음을 채워넣는 시간은 아니랄까요? 그래서 평소 지니고 있던 '인풋 강박' 이나 '생산 압박'을 내려놓고 말 그대로 쉬기만 하는 텅 빈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명상을 시작했는데 잡념이 많아 쉽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기타를 칠 때 휴식한다고 느낀답니다. 말하자면 뇌가 반만 동기화된 상태? 손가락으로 코드를 잡는 행위는 이어지는데 두뇌풀가동!까진 필요 없는 그 행동을 하면 반쯤 명상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굿데이 
일정 조율을 하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하루에 몇 시간만 일한다는 기준을 세워두신 게 있으신가요?
: 제가 하는 일들은 대부분 마감노동으로 실제로 일정 관리가 중요해요. 스케줄링을 잘 못하면 펑크가 나니까요. 그래서 계획을 촘촘하게 짜는 편인데 실제로 '발상'을 하는 일이다보니 일정대로 안 될 때가 많아요. '1시간 동안 아이디어 내기'라고 계획을 짜도 그 1시간 동안 아무 생각도 안 날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마감이 임박했는데 백지 상태거나 하면 손톱을 물어뜯고 다리를 떨며 책상 앞에서 밤을 새기도 한답니다. 창의적인 일은 일종의 신내림(!)같이 아이디어가 내려야(!!) 가능한 일인지라 언제 그것이 이루어질지 알 수도 없고요. 덕분에 일일 노동 시간을 정해두진 못했고 늘 오픈타임으로 일한답니다. 

직장만 다니는 삶이랑 비교한다면 일은 얼마나 더 많이 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그만큼 수익도 더 늘어나는지...)
: 확실히 말씀드려 회사에 다닐 때보다 일을 '덜'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에 투여하는 절대 시간이 줄어들었어요. 이 이유를 따져보니 원하지 않는 절차에 동원되어 낭비되는 시간이 없어서인 것 같아요. 단적인 예로 출퇴근 자체를 안 하므로 하루에 몇 시간은 세이브 되고요. 모두가 하품을 하면서도 끝내지 못하는 마라톤 회의, 상사보다 먼저 갈 수 없어 억지로 하는 눈치 야근, 다른 사람과 협업해야 하므로 대기하는 시간... 등등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수익은 회사 다닐 적과 비슷하답니다. 즉 시급이 올라갔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퇴사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답니다. 

@kzoon89 
현재 하고 계신 일들 중 어떤 일이 가장 어려우세요?
: 카피라이터, 만화가, 시인... 이 순서가 저의 커리어 순서인데요.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입사 3년 후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2018년 시인으로 등단을 했거든요. 딱 그 순서대로 능숙하다고 할까요? 카피를 쓰는 일은 꽤 손에 익어서 지독하게 막막한(!) 경우는 별로 없어요. 스스로 천직이라고 느끼기도 하고요. 

만화 일은 꽤 적응이 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작업에 필요한 각종 툴도 더 익혀야 하고요. (현재는 '클립 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을 공부하려고 하고 있답니다.) 더 표현하고 싶은 바가 있는데 충분한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시의 경우는... 늘 새롭게 막막하고 머리를 쥐어뜯게 되고 아직도 어렵습니다. 제 시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가끔 '내가 시인 맞나?'하고 갸웃하기도 합니다. 신인의 마음이랄까요?

그래서 카피라이터는 '나 좀 고렙일지도?' 정도의 마음, 만화는 '경력은 좀 쌓였지만 더 정진하세' 이고, 시는 '너무 어렵다! 나는 멀었다!' 상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