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월 10일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입구 한 여관에 철 아닌 야구 유니폼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모였다. 프로야구 태평양 돌핀스 선수단이었다. 태평양 구단은 이날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극기훈련’을 실시했다. 영하 기온에 눈까지 내렸다. 얼음물을 곡괭이로 깬 뒤 알몸으로 입수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고(故) 이종남 기자의 저서 <인천야구 이야기>에는 극기훈련 프로그램이 이렇게 소개돼 있다. 총 5장으로 돼 있는 금불도를 겨울산의 자연을 이용해서 가르쳤다. 10km 산악구보, 50km 산악행군, 극기체조, 맨발로 눈길걷기, 동물행동 흉내내기 등. 하나하나가 눈물 콧물이 쏙쏙 빠지는 것들이었다. 하루 일과는 새벽 4시에 시작됐다고 한다. 태평양은 전해인 1988년 34승 73패 1무로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극기훈련’을 실시한 1989년엔 62승 54패 4무(0.533)로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원년 이후 인천 연고 구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