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싫습니다이유는 모르겠습니다그저 무서울 뿐입니다누군가 나를 알게 되고, 내가 누군가를 알게 된 순간죽음이 갈라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습니다저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죽음이 떠오르면 눈물이 나니까요가족들은 절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저와 영원히 함께한다는 착각에 빠져 살았습니다부모님의 노화의 흔적이 보이면 무시했고부모님의 나이를 잊기 시작했고부모님의 세월과 나의 세월을 지워버렸습니다바람이 불던 날 엄마의 흰머리가 보였습니다그 사실만으로 저는 무섭기 시작했습니다시간이 우리 엄마를 앗아가버릴까 봐우리 아빠를 우리 오빠를 데려가 버릴까 봐사람들은 계절별로 옷을 준비합니다봄, 여름, 가을, 겨울 봄이 시작 겨울은 마지막이라 생각하면저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계절처럼 그토록 당연한 것이라면저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